생활 정치/질고지칼럼

10. 불법 광고물과의 전쟁

질고지놀이마당 2008. 6. 19. 14:47

관리자 (2004-07-08 10:59:15, Hit : 286, Vote :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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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법 광고와의 전쟁을 준비하며




'무룡산 희망의 숲 가꾸기' 사업에 빠져 있느라 또 숙제가 늦어졌습니다.

앞에 올린 글에서 예감했듯이 헌수 운동에 참여하는 시민이 너무 많아서
나무 심을 자리를 다 만들어 드리지 못하는 '행복한 고민'에 쌓여 있습니다.
헌수 운동에서 제가 할 역할은 이제 끝난 셈이어서 저는 새로운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바로 도시 미관을 크게 어지럽히는 불법광고물을 근절시킬 묘책 찾기에 대한 고민인데
이제 구상 단계를 넘어 불법 광고물과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니 실은 숨바꼭질처럼 소꿉장난 같은 전투는 매일같이 치러지고 있습니다.
매주 월요일 아침이면 구청 도시 미관 담당 직원들은 전쟁이 시작됩니다.
주말에 집중적으로 나붙은 불법 광고물을 확인하고 수거하는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죠.
담당 직원 4명으로는 태부족이어서 도시 미관계에 배치된 공익요원들의 '전투현장'입니다.

불법 광고물의 종류는 그야말로 다양합니다.
가장 무차별적인 광고물은 나이트클럽 선전과 대형할인매장 판촉 포스터입니다.
나이트클럽의 경우 한 업소가 유명 연예인을 불러서 판촉 활동을 하면,
다른 업소도 뒤질세라 연예인을 불러 경쟁을 하는 바람에 악순환은 끝이 없습니다.

대규모 할인매장 광고도 마찬가지입니다.
할인장터를 열기 열흘 전쯤부터 대대적으로 광고물을 붙이기 시작하는데
버스승강장, 남의 가게나 담벼락 전봇대 등등 어디든지 가리지 않습니다.
그리고는 1주일에서 열흘정도 장사를 끝내고 떠나버리면 그만입니다.

광고물 크기는 작지만 매일 반복해서 대량의 물량 공세를 펼치는 카드 광고 및
인터넷통신 광고는 상습적인 불법광고물입니다.
이들은 전봇대와 가정집 대문에 붙이고 다닙니다.

이들은 주로 금요일 오후부터 토요일에 불법광고물을 붙입니다.
관공서 근무 형태를 잘 알기에 최소한 이틀 정도는 광고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까 주초에는 관공서에서 떼어내는 작업을 하고,
주말에는 광고주가 붙이는 작업을 하는, 우스꽝스런 숨바꼭질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바보 같은 숨바꼭질을 언제까지 계속해야 할까요?  

도시미관을 크게 해치는 점에 있어서는 생활광고도 예외가 아닙니다.
전세, 월세, 매매 등 부동산 광고에서 학원, 과외지도, 부업모집 등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게 되는 생활광고 공해도 심각합니다.
대형 상업 광고에 비해 소박하고 서민들의 생활의 한 단면이기도 하지만
너무나 많은 주민들이 '남들이 하니까 해도 된다'는 식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기 업소나 자기 상품에 대한 판촉을 위해 광고를 하는 것이야
생존전략이니까 탓할 바가 아닙니다.
서민들이 복덕방을 이용하지 않고 전·월세 방을 구하려는 노력, 가게에 조그만 보탬이 되기 위해서
부업을 찾거나 학비와 용돈을 벌고자 과외학생을 모집하는 광고는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서민들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불법광고물을 붙임으로써 도시미관을 크게 해치고,
이를 제거하기 위한 많은 인력과 비용은 바로 국민의 부담입니다.
따라서 매일같이 숨바꼭질하듯 벌어지는 불법광고물의 폐해를 반복해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이런 불법 광고물에 대한 행정기관의 대책은 인력을 동원한 제거작업과
심한 경우 과태료 부과 혹은 고발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과태료 부과나 고발조치는 별로 효과가 없습니다.
불법 광고주와 광고물을 붙이는 사람이 다르고,
사법권이 없는 구청 직원이 광고주의 신원을 확인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어렵게 확인을 해도 주거가 일정치 않거나 재산을 남의 명의로 관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밤업소들은 과태료 얼마쯤 물더라도 광고물을 붙이는 것이 영업에
이익이 된다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에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즉, 불법광고물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에 불과하고 그나마 법을 적용하려면
너무 까다롭고 멀리 있습니다.
하여, 불법 광고물에 대한 대책을 두 가지로 구상하고 있습니다.

먼저, 서민들의 생활광고는 구청과 동사무소 홈페이지의 생활광고 게시판 기능을 활성화 시켜서
최대한 흡수하려고 합니다.
인터넷 이용이 어려운 주민들에게는 대신 입력시켜주는
서비스 제공과 생활광고 게시판을 늘리는 것도 병행할 것입니다.

다음, 대량으로 붙이는 상업성 광고에 대하여는 현행처럼 과태료 부과 및 고발조치를 강화함과
아울러 불매운동의 대상으로 삼으려고 합니다.
즉 불법 광고물을 붙였을 경우 지금까지는 일단 인력을 동원하여 제거작업을 하고,
경중에 따라 과태료 혹은 고발을 하였으나 앞으로는 불법 광고물을 바로 떼어내지 않고
"불법, 비양심 광고를 붙이는 업소(상품)는 이용하지 맙시다"라는
스티커를 붙여서 불매운동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는 붙이면 떼고, 다시 붙이면 또 떼는 악순환의 소극적 방식이었으나
앞으로는 불법 광고를 붙이면 바로 떼지 않고 불매운동 광고로 바꾸어 버리는
적극적인 방식으로 바꾸려고 합니다.
이렇게 해서 광고주가 스스로 떼어 내도록 유도하고, 일정한 기간이 지나도록 제거하지 않으면
구청에서 떼어 내되 고발을 원칙으로 하려고 합니다.

깨끗한 도시, 쾌적한 주거환경은 주민이 함께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주민들도 별 생각 없이 아무 곳에나 생활광고를 붙이고, 자기 집 주변에 불법 상업광고가 붙어 있어도
무관심한 상태로는 불법 광고물을 근절시킬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주민이 함께 참여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무룡산 희망의 숲 가꾸기 운동'에서 보았듯이 어렵다고 생각하던 일도
주민이 참여하면 놀라울 정도로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불법광고물을 근절시키겠다는 구청의 단호한 의지 못지 않게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구청에서 구상하는 방안을 시행하면 다소의 마찰이나 부작용이 있겠지만
주민들께서 이해하고 격려해 주시면 가능합니다. 많은 이해와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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