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정치/질고지칼럼

15. 문화적 평등과 균형발전

질고지놀이마당 2008. 6. 19. 14:53

 

 

관리자 (2004-07-08 11:54:05, Hit : 259, Vote :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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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적 평등과 균형발전을 위하여



  
요즘 북구 문예회관에서 공연이나 전시회가 열리면 마음이 불안하다.
애써 유치한 공연인데 관객이 적게 오면 어쩌나, 아이들이 많이 오는 편이라서 공연 중에 울고 떠들어서 공연을 망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관객이 적은 것도 구청장 책임인 것 같고, 북구 주민들의 문화수준이 낮은 것으로 비칠까 싶어서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다.
북구 문예회관이 문을 열고 난 뒤부터의 변화다.
최근 두 차례의 공연에서 이러한 걱정이 현실로 나타나고 말았다.
지난 19일 저녁에 공연한 울산 시립무용단의 '연꽃길'은 예술성이 높은 수작이었다.

그에 앞서 15일 저녁 울산작가회의에서 주최한 '용천 동포 돕기 사랑과 상생의 음악회'는  기독교, 불교, 천주교 등 종교가 다른 음악인들이 함께 참여했다는 점에서 깊은 의미를 지닌 행사였다.
하지만 정작 공연을 관람하러 온 관객이 적어서 480석 규모의 객석에 빈자리가 많았다.
미리 걱정이 돼서 이번 '연꽃길' 공연을 앞두고는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들과 구청 직원들에게도 홍보 메일을 보냈으나 결과는 별로 없었다.
아이를 동행한 부모들이 많은 탓에 객석이 좀 산만한 것도 신경 쓰였다.

좋은 공연은 배우와 무대 관객이 만든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공연을 보아주는 관객이 있어야 더 나은 공연이 되고, 그러면 관객은 또 늘어나고, 이렇게 확대 재생산되어야 하는데 그게 그리 쉽지 않다.
대개 교향악단이나 현대무용단 공연이라면 지레짐작해서 미리 포기해 버린다.
살기 바빠서,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렵다 등등 나름대로의 이유를 붙이면서.
솔직히 고백하면 나부터가 그랬다.
울산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공연을 볼 기회는 많은 편이다.
시립교향악단, 시립무용단의 공연 때마다 초대권을 보내와도 별 관심이 없었다.
울산시 문화예술회관에 더 좋은 공연이 있어도 공식 행사가 아니면 참석도 잘 하지 않았다.그러면서 울산은 문화 예술의 불모지라고 덩달아 남의 탓을 하기 일쑤였다.

그런데 이제 북구 문예회관을 운영하면서 공연을 유치하는 입장이 되고 보니 문화 행사에 대한 주민들의 편향적인 취향이 때론 야속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문화 일꾼들이 겪는 어려움을 이해하게 되니까 더욱 그렇다.
하나의 공연이 무대에 올려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정성과 투자가 필요한지를 알게 되니까 그간의 무지와 무관심이 미안하기도 하고, 빚을 갚아야 한다는 마음도 더해져서 관계자 못지 않게 애가 쓰이는 것이다.
관객들의 관람 예절 수준도 관객 수 못지 않게 마음 졸이게 하는 부분이다.
시간을 지키지 않는다거나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오는 사람, 공연 도중에 울리는 휴대폰 소리, 이리저리 자리를 옮기는 사람 등등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게다가 북구는 워낙 젊은 도시이다 보니까 공연장에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부모가 많다.
공연에 따라서는 어린아이의 입장을 제한해야 할 경우가 있는데 그러려니 너무 야박한 것 같고, 관객이 적을 땐 와 준 것만도 고마워서 어쩔 수 없는 타협(?)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기침소리 하나도 조심하면서 공연장 안에서 정숙함을 지켜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애당초 무리라서 앞으로 극복해야 할 숙제다.
아이들이 이리저리 옮겨 다니고, 울고 보채는 소리가 날 땐 참으로 민망하다.

이렇듯 북구 문예회관이 문을 연지 벌써 8개월 째를 맞고 있다.
앞서의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북구 문예회관은 활용도 면에서는 기대치를 훨씬 웃돌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문화 아카데미 운영이 그렇다.
인기 있는 문화강좌의 경우는 신청자가 몰려서 접수를 하지 못한 주민들에게 항의를 받는 등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래서 노래교실의 경우 특단의 대책(?)으로 2기 주민자치대학서는 강좌에 앞서 50분간 노래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 마저도 부족해 격주로 한 번씩 대 공연장을 개방하여 노래교실을 운영하기로 하였다.
아마도 질(質)은 다소 떨어지겠지만 양(量)부터 해결하기로 한 것이다.

이처럼 북구 문예회관은 때론 넘치고, 때론 부족한 가운데 주민들 속에 자리잡아가고 있다.
현재의 북구 문예회관 운영과 관련해서 예술성을 중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고, 대중성을 우선하고 주민 누구나 편하게 이용하도록 활용도를 높이자는 의견도 있었다.
북구청에서는 문예회관을 개관하면서 많은 예산을 들여서, 잘 지은 건물의 활용도를 최대한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러한 목표에 대한 성과는 문화 아카데미를 통해서, 잦은 대관 공연과 전시를 통해서 이미 검증되고 있다.
즉, 양적으로는 성공하고 있는데 질의 문제가 남아 있다.

예술성이 높은 공연에도 관객이 꽉 차고, 공연 관람예절이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북구 문예회관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것이 욕심이긴 하지만 반드시 이뤄야할 목표이기도 하다.
그 목표는 문화 예술인과 행정관청이 더 노력하고, 주민들도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쏟을 때 앞당겨 질 것이다.
평등과 균형발전이 필요한 것은 문화예술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새삼 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