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정치/질고지칼럼

16. 산림청 연찬회 참가記

질고지놀이마당 2008. 6. 19. 14:55

관리자 (2004-07-08 11:56:18, Hit : 257, Vote :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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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림청 연찬회에 다녀와서


땅거미가 질 무렵 대관령 자연휴양림에 도착한 우리 일행은 끝없이 이어진 아름드리 소나무 숲의 장관에 압도되었다.
마치 거대한 대나무 숲처럼 곧게 뻗은, 한 아름으로 안기에는 너무 큰 아름드리 소나무 수십만 그루가 하늘을 찌를 듯한 광경은 경탄과 부러움 그 자체였다.

속소 앞에는 사시사철 마르지 않을 것 같은 계곡 물이 작은 폭포를 이루고 있어 물소리만으로도 시원함을 느끼고 남는다.
옆에 세워진 안내판을 보니까 계곡 수의 수질이 정수과정을 거친 수돗물보다도 좋았다.
그러나 이렇게 잘 보존된 숲이 거저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산림공무원들의 행동을 눈여겨보면 하찮게 보이는 나뭇가지 하나, 잎새 하나도 다치지 않으려고 배려하는 것에서 그들의 마음가짐과 행동을 읽을 수 있다.
숲 탐방에서 안내를 맡아 준 '자연 해설가'(산림청 직원이 아님) 들은 이보다 더해서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를 마치 어린아이 다루듯 하고 있었다.
잘 보존된 자연 환경을 보면서 벌목과 산불 등의 재난을 오랜 세월 용케도 견디어 왔구나 싶고, 모든 것이 불편한 오지에서 생활하면서 이만큼 지켜낸 산림공무원들의 노고에 숙연한 마음이 들었다.



<대관령 가는 길의 '밴치마킹'>

늘 복잡한 울산 경주 7호 국도를 지나 역시 통행량이 많은 경부고속도로를 타다가 서대구를 지나면서 시원스레 뚫린 중앙고속도로를 기분 좋게 달렸다.
기분 좋게 달리다 들어선 남안동 휴게소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것들을 발견했다.
목적지는 대관령이지만 전 과정에서의 모든 것이 밴치마킹의 대상이라는 마음을 갖고 살펴보았기에 눈에 띄었으리라.

휴게소 화장실에 들어서니 화장실 특유의 냄새, 일테면 암모니아 냄새나 소독 냄새가 아닌  커피 향이 은은하여 마치 커피 숍에 들어온 느낌이 들었다.
마침 청소하는 아저씨가 있어서 인사를 건네며 물어 보았다.
"화장실 냄새가 참 좋은데 무슨 비결이 있나요?"
"예, 커피를 우려낸 원두를 재활용해서 향수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그렇지, 화장실에서 나는 모카 커피 향의 비결은 거기에 있었다.



<휴게소 화단에 가꾸는 '우리 농산물'>

잠시 휴식을 위해 찾은 야외 밴치 앞에 텃밭도 아니고 화단이라고 하기도 애매한 서너 평 정도의 작은 공간에 촌에서 보던 온갖 채소며 곡식이 자라고 있었다.
벼, 보리, 밀, 콩, 옥수수, 미나리, 상치, 쑥갓, 마늘, 양파, 고추, 부추, 오이 등등 다 생각을 못할 만큼 많은 종류의 우리 농산물을 가꾸고 있었다.
잠시 후에 유니폼을 입은 여직원이 오더니 상치와 미나리 등 채소를 채취하기에 이유를 물으니 저녁반찬이란다.

그 작은 텃밭에 옛날 시골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하는 우리 농작물을 가꿀 생각을 한 사람은 필시 고향이 시골인, 마음이 순박한 사람이리라.
돈이 많이 들거나 넓은 땅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번잡스럽고 힘든 노동이 아니어도 할 수 있는,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인데도 왜 진작 그런 생각을(실천을) 못하고 있었을까?
어린 시절 고향의 추억을 되살려 준 텃밭을 가꾸는 손길에 축복이 있기를...!



<어두운 산길에서 만난 '반딧불이'>

대개 자연휴양림은 깊은 산 속이어서 식당을 비롯하여 편의시설과는 거리가 멀다.
산림청에서 제공한 대관령 자연휴양림 역시 식사해결이 번거롭다.
여장을 푼 다음 면 소재지까지 나와서 저녁을 해결해야 했다.

다시 숙소로 가는 비포장 산길에서 문득 걷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산림녹지 담당과 편집장 셋이서 차에서 내리니 깜깜해도 걸을 만한 신작로다.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걷노라니 참으로 오랜만에 누리는 망중한(忙中閑)이다.
아 그런데 반딧불이가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더니 무리를 이루듯 많아지는 것 아닌가!

오염되지 않은 곳에만 서식한다는 반딧불이.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빛을 내는 반딧불이가 마치 길 안내라도 하듯이 앞서서 날아다닌다.
어린 시절 밤길에 만나던 반딧불이는 가난의 서러움과 섬뜩한 무서움의 기억으로 남아 있는데 이제는 아련한 추억이자 그리움이다.
대관령으로 오는 길에 읽은 환경동화 당선작인 '반딧불이를 찾아간 세발이'를 생각한다.



<다섯 번째를 맞는 산림청 연찬회>

산림청 연찬회는 올해 다섯 번 째로 전국 234개 기초단체장을 대상으로 매년 실시하고 있는데 산림이 거의 없는 도시지역은 참석을 안 하기 때문에 대략 100명 내외가 참석한다.
작년에 처음 참석해 보니 너무 좋은 프로그램이어서 올해는 담당 직원들을 대동해서 7명의 대식구가 참석하였다.

행사 내용은 주로 숲 탐방과 산림청의 산림지원 정책 소개, 그리고 산림청에서 추천하는 기초단체의 모범사례 소개로 이어진다.
단체장의 관심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단체장 참석을 원칙으로 한다.
작년 4회 행사는 우리나라에서 숲이 가장 잘 보존된 광릉수목원에서 실시했다.

작년 연찬회 이후 산림 분야에 대한 나의 관심은 엄청나게 달라졌다.
산림녹지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는 회수와 주문사항이 부쩍 많아졌다.
어쩌면 지나친 관심이 담당직원들에겐 부담이자 스트레스로 남을 법도 하다.
하여간 산림청 차장님 초청 특강, 무룡산 산불 지역에 대한 시민 헌수운동 등을 의욕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던 것도 산림청 업무 연찬을 다녀 온 영향이 크다.



<고속도로 관통은 '옥의 티' >

하나라도 더 살펴보고 싶은 마음에 숙소에 돌아온 뒤에도 다시 밤길을 걸어보고, 다음 날 아침에도 두 시간 여 산책로 전 구간을 답사해 보았다.
아쉽게도 확장 개통된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구간이 휴양림 상단부를 관통하고 있었다.
밤에는 공기를 가르며 달리는 차량에서 나는 금속성 소음공해가 있었고, 낮에는 인공적인 대형 구조물이 위압적이어서 부조화를 이룬다.

뿐만 아니라 계곡 상류에 고속도로 확장공사를 하면서 생긴 상처들이 남아 있다.
일반도로로 전환된 구 고속도로를 통행하는 차량과 사람들로 인한 오염 등은 '옥의 티'였다.
대관령 고갯길이 넓어져서 위험도 줄고 소통도 원할 해진 반면에 자연파괴도 매우 컸던, 개발과 보존의 명암이 엇갈린다.
부질없는 생각이겠지만 만약 수도권이었다면 이런 개발(?)이 가능했을까?



<천년의 희망을 가꾸는 마음으로>

대관령 자연 휴양림의 울창한 소나무 숲을 보면서 감탄하였고, 최소 150년 이상은 될 것으로 추측했는데 80년 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또 놀랐다.
종자도 우수하지만 그 지역의 토양과 기후가 이상적으로 잘 맞기 때문이란다.
그렇다면 북구에서 지금 시작해도 그리 늦지 않은 것 아닌가!

20∼30년 정도만 자라도 제법 큰 나무숲을 이루게 된다.
우리 세대에 낙락장송을 보지는 못하더라도 후세가 볼 것이다
누가 누리든, 나무를 심는 마음은 당대의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천년의 희망을 가꾸는 마음이어야 함을 다시 확인한다.

산불이 난 무룡산 복구 조림을 하면서 한국 소나무를 대표하는 종자를 받아다 가꿔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내 마음은 벌써 급해진다.
산림녹지 담당과 어떻게 해야 좋은 묘목을 구할 수 있을까 의견을 나누다 보니 벌써 울산에 도착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