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정치/질고지칼럼

37. 2005 직원 연수교육을 마치고(1)

질고지놀이마당 2008. 7. 3. 17:20

지금 생각해도 뭉클한 감동이 전해지는 연수였습니다.

 

  관리자 (2005-05-23 14:11:48, Hit : 570, Vote :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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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 직원 연수교육을 마치고 (1)


◈ 덕유산 정상에서... 무주 일성 콘도에서 마련된 '한마음 새출발 교육과정' 참가자들.

인사담당으로부터 올해 직원연수는 좀 색다르게 추진해 보겠다는 보고를 받았을 때 난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
매년 다르게 한다고 하지만 늘 고만고만한 패턴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공무원들이 생각하는 변화란 크게 다를 것이 없을 것이란 선입견을 가지고 미리 무시했던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직원들 설문조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결정된 세 가지 프로그램을 보고는 나부터가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다.
절반이 넘는 직원들이 지리산 종주를 신청했다는 사실은 그만큼 신선한 충격이자 설렘과 기대로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과연 ‘저 유약하기 짝이 없는 공무원들이 지리산 종주를 제대로 해 낼 수 있을까?’ 하는 염려를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여직원 중에서 신청자가 예상보다 많은 것도 걱정이었다.

결론부터 말해 올해의 직원 연수는 대단히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한다.

가장 먼저 무주 일선콘도에서 실시한 ‘한마음 새 출발 교육과정’에 참가한 직원들은 강의 주제나 강사 선정, 프로그램 전반에 걸쳐 정말 유익하고 감명 깊은 시간이었다며 매우 흡족해 하였다.
연수에 참가한 직원 여럿으로부터 감명 깊게 들은 강사를 초빙하여 다른 연수에 참가한 직원들에게도 들려주었으면 좋겠다는 건의가 있었다.

밀양 평리마을에서의 녹색 체험 교육 장면


다음으로, 밀양 평리마을에서 실시한 ‘녹색 농촌체험’ 역시 만족스러워 하였다.
전형적인 농촌 마을에서, 농가에 민박하면서 2박 3일간 함께 생활하는 이색적인 체험이었으니 도시에서 나서 자라고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직원들에게는 색다른 체험이었으리라.
농촌마을 민박이니까 당연히 숙소가 불편했을 것을 제외하고는 다 만족스러워 했다.

마지막으로 지리산 종주 프로그램은 예상과 달리 신청자가 많아서 부득이 3기로 나누어 실시했다.
지리산 종주는 아무래도 특별한 프로그램이어서 난 새벽에 출발하는 직원들에게 배웅 겸 격려를 하러 나왔고, 마치고 돌아오는 날도 마중 나오는 일을 빠뜨리지 않았다.
지리산 산행은 기본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정신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어서 1기를 보내고 나니 일과 중에도 신경이 쓰여서 수시로 이동상황을 체크하여 보고하도록 하였다.

둘째 날까지는 잘 진행되었다고 했는데 마지막 3일차, 염려했던 대로 1기 참가자 69명 중에 무려 10명이나 천왕봉을 오르지 못했다고 한다.
특이한 것은 ‘낙오자’ 10명 중에 여직원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남자직원이었다니 이를 어찌 해석해야 할지?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성이 아니라 남성 이니라”


성삼재에 도착해 태극기를 앞세우고 2박3일의 종주를 시작하고 있는 1기


부상자가 없었으니 성공이라고 자평하면서 2기를 또 배웅했다.
그런데 1기의 실패 사례를 교훈삼아서 그런지 2기 참가자 74명은 한명의 낙오자도 없이 전원 완주를 기록했다.
마찬가지로 3기 참가자 79명 역시 전원이 천왕봉 정상을 밟았다.
특히 3기의 경우는 악천후로 인해 3일차 일정을 취소해야 할지를 고민할 정도로 강풍과 안개구름, 그리고 비까지 내렸는데도 이를 모두 극복한 것이다.

1기 참가자에 비해 2기와 3기 참가자가 완주할 수 있었던 것은 1기의 참가자들이 겪은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교훈 삼았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우선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를 동료들로부터 생생한 경험을 듣고 참가 하였으며, 준비물을 적정하게 조정할 수 있었다.


천왕봉에서 산신제를 올리고 있는 2기 참여자들



행군 역시 철저히 팀을 중심으로 움직이면서 체력이 약한 직원을 기준으로 운행했다.
즉, 1기가 겪은 경험이 2기 3기 성공의 밑거름이 되었다.

사실 지리산 종주 프로그램은 평소에 거의 산을 오르지 않는 직원에게는 무리한 일정이다. 그런데도 2기와 3기 참가자 들은 포기하지 않고 1기 참가자들의 경험을 살려 거뜬히 해낸 것이다.
다들 힘들고 지쳐 있으면서도 정상에 올랐을 때의 표정은 마침내 해냈다는 성취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때마침 날씨가 개이고 구름이 걷히면서 드러나는 지리산의 자태는 탄성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지리산의 산신께서는 천왕봉에서 볼 수 있는 빼어난 조망을 인간 한계를 극복한 직원들에게만 허락한 셈이다.
그리고 이어진 하산 길에서 다시 체력의 한계를 느끼는 직원들이 늘어났지만 아무도 불평한마디 나오지 않았다.

그 이유는 아마도 자기 스스로가 선택한 결정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2박3일간 지리산 종주라는 연수프로그램을 일방적으로 결정하여 직원들을 그 틀에 가두고자 했다면 결코 성공적인 연수가 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뒷말이 무성했을 것이다.
도중에 낙오자도 많이 생겼을 뿐만 아니라 일어나는 문제의 대부분이 내 탓이 아닌, 주최 측의 탓으로 돌려지지 않았을까?

천왕봉 정상에서 만세 삼창을 부르고 있는 3기 팀.


이번 2005 직원연수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직원들에게 프로그램 선택권과 결정권을 주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결과 참가자의 자기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다.
지리산 종주를 마치고 돌아온 직원들의 표정에서는 자신감과 자부심이 느껴진다.
이후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해 낼 수 있다는 자신감, 고난과 역경을 피하지 않고 도전하여 극복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뭉쳐지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자산이 아니겠는가!

나 역시 좋은 경험을 하면서 중요한 것을 배웠다.
직원들과 함께(아내까지 더불어!) 땀 흘리며 지리산 종주를 무사히 마친 것도 기쁨이지만 직원들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게 하는 것이 이처럼 좋은 결과로 나타난 점이 매우 기쁘다.
잠시나마 공무원들의 변화와 개혁의지, 그리고 추진력을 미심쩍어 했던 점을 이실직고하며, 반성과 더불어 내년에는 더 알찬 연수를 직원들과 함께 준비할 생각이다.


연수에 참가한 모든 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하며, 동반자 입장에서 우리 연수를 도와준 연수담당기관 직원들에게도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