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정치/질고지칼럼

39. 5월을 보내고 6월을 맞으며

질고지놀이마당 2008. 7. 3. 17:29

개인 홈페이지에 연재했던 '질고지칼럼'을 블로그로 옮겨오는 작업중입니다.  ^^*

 

 

 

 관리자 (2005-06-01 16:15:50, Hit : 487, Vote :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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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을 보내고 6월을 맞으며...


◈ 5월 1일 현대자동차에서 열린 메이데이 행사시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는 참석 내빈들.

벌써 6월, 이제 완연한 여름입니다.
5월의 끝자락을 보내며 지난 한 달을 돌아보니 아쉬움이 많습니다.
각종 행사가 많아서 휴일도 없이 몸도 마음도 바쁘게 살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돌아보니 실속은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4월 이후 한동안 '질고지 칼럼'을 쓰지 못했기에 '5월을 맞으며'라는 제목으로 한 꼭지를 써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만 한달이 훌쩍 지나도록 쓰지 못하고 이제 제목을 바꾸어 '5월을 보내며...'라는 내용을 쓰고 있답니다.


◈ 5월 31일, 바다의 날 기념식이 열린 장생포 행사장입니다.

5월은 개인적으로도 바빴지만 다양한 의미를 지니는 달입니다.
노동절,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과 겹친 부처님 오신 날, 성년의 날, 5.18민주화운동 기념일, 부부의 날(5월 21일, 이걸 몰랐으니 아내한테 바가지 긁혀도 싸지요 ^^*)
그리고 마지막 바다의 날(5. 31)까지 기념일도 참 많더군요.

5월을 일컬어 '계절의 여왕'이라고도 하고 '가정의 달' 혹은 '청소년의 달'이라고도 합입니다.
또한 '장미의 계절'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활짝 핀 장미꽃들이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기도 합니다.


◈ 대영교회 담장에 이쁘게 핀 줄장미

5월이 함축한 모든 의미를 다 받아 안으려고 하다 보니까 바쁠 수밖에요...

생애 첫 하프 마라톤 완주를 포함하여 10km 이상을 세 차례 뛰었고, 직원들과 함께 지리산 종주를 다녀온 것은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일 것입니다.
무슨 봄꽃이 그리도 많은지... 틈나는 대로 사진을 찍다보니 어느새 지위와 체면에 아랑곳하지 않고 직접 카메라를 들고 설치기도 합니다.

가뜩이나 바쁜 일정에 글쓰기 사진 찍기 욕심이 가당키나 한 일 이겠습니까만 익숙해지니까 그자체가 즐거움이고 휴식이라 생각합니다.

붉은 핏빛으로 연상되는 5월 그 날들!

한편으로 5월은 '소외와 차별', '억압과 착취'에 맞서 투쟁을 통한 성취라는 뜻을 가진 '쟁취'의 상징인 노동절로 시작합니다.
뿐만 아니라 정권을 찬탈한 군사 쿠데타에 맞섰던 양심적 지식인과 죄 없는 민중이 흘린 피로 인해 가슴이 쿵쾅거리고 호흡이 빨라질 만큼 선연한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노동절(may day)은 익히 알고 있는바와 같이 1886년 미국 시카고 노동자들이 8시간 노동 쟁취 투쟁을 벌인데서 부터 유래되었습니다.


◈ 5월 1일 메이 데이 집회(현대자동차)

지금 생각하면 8시간 노동은 법으로 보호받으면서 주 5일제 근무로 발전하고 있습니다만 당시에 농성집회 현장에 경찰의 발포로 어린 소녀를 포함하여 6명이 희생되는 사건이 발생하자 대규모 규탄집회(헤이마케트 사건)로 발전했는데 투쟁에 앞장선 지도자들은 폭동죄로 사형선고를 받기도 하였지요.
이 날의 투쟁을 기념하여 1890년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구호를 내걸고 제1회 메이데이 행사를 치룬데서 노동절의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만큼 노동자들의 삶은 노예처럼 혹독했으며, 가진 자들은 노동자들의 쟁의에 대하여 엄격한 법으로 다스려서 사형까지도 불사했습니다.

그처럼 처절한 투쟁과 희생의 결과로 8시간 근무제가 법제화되고, 노동절도 탄생하게 되었으며, 이제 공무원노조도 탄생한 것입니다.
지금은 비록 실정법의 테두리에 묶여 있지만 역사인식의 눈으로 본다면 머지않아 지금의 현실은 무지와 야만의 시절로 기억될 것입니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

"만약 그대가 우리를 처형함으로써
노동운동을 쓸어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렇다면 우리의 목을 가져가라!
가난과 불행과 힘겨운 노동으로 짓밟히고 있는
수백만 노동자의 운동을 없애겠단 말인가!
그렇다.
당신은 하나의 불꽃을 짓밟아 버릴 수 있다.
그러나 당신 앞에서, 뒤에서, 사면팔방에서
끊일 줄 모르는
불꽃은 들불처럼 타오르고 있다.
그렇다.
그것은 들불이다.
당신이라도 이 들불을 끌 수 없으리라."
- 사형선고 받은 미국 노동운동 지도자 스파이즈의 법정 최후진술 -



5월, 그날이 다시오면...

이 시대 광주와 망월동 단순히 지역과 지명을 가리키는 고유명사로 그치지 않고 현대사에 각별한 의미를 지니는 대명사이기도 합니다.
집회장에서 광주민주항쟁과 관련된 노래를 그냥 따라 부르다 그 노랫말이 지닌 섬뜩함에 전율하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5월 광주, 그리고 망월동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붉은 피가 연상되곤 합니다.


◈ 광주 망월동 묘역의 추모비 앞에서 아내가 묵념을 올리고 있습니다.

"5.16 혁명"이라 부르던 박정희 군사 쿠데타는 이제 정권 찬탈을 위한 군사 쿠데타로 역사적 평가가 내려지면서 역사의 제자리 찾기가 된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북괴의 사주를 받은 불순분자들이 배후 조종하는 '폭도들의 반란'으로 왜곡되었던 '광주사태'라는 어정쩡한 이름도 '5.18 광주항쟁' - '민주화운동'으로 명예가 회복되고, 국가와 국민들로부터 받는 대접도 달라졌습니다.
명예회복과 보상은 물론, 국립묘지인 민주화운동 추모공원을 조성하여 희생자들을 안장하였고, 기념탑 기념관 등 성역화 작업은 물론 기념일도 지정되었으니까요.

하지만 지난 4월 하순에 머슴골 모임 참석차 광주에 갔다가 아내와 추모공원을 참배하였는데 그 소감은 참으로 묘했습니다.

종전 묘역이 초라한 가운데서도 처절했던 역사의 현장이 그대로 살아있다는 느낌이었다면 새로 조성된 추모공원은 규모의 방대함과 시설의 훌륭함에도 불구하고 유리상자 속에 박제된 표본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갈 적마다 느끼는 아쉬움이랄까 헛헛함이 크기에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바로 이웃해 있는 구 묘역을 돌아보고 왔습니다.
역시 역사의 숨결은 구 묘역에 살아있었습니다.
비록 초라하지만 나부끼는 현수막과 비석에 매어진 머리띠 하며 탈색된 사진 등등에서 절로 엄숙함과 처연함이 우러납니다.

구 묘역 입구 바닥에는 눈에 잘 띄지 않아 대부분의 통행자들이 무심코 밟고 다닐 뿐 그 존재 자체를 모르는 '명물'이 하나 있지요.
다름 아닌 깨어진 돌 비석입니다.
전두환 씨가 대통령이 되어 어느 마을을 방문한 것을 기념하는 비석이 있었는데 그 놈을 뽑아다가 입구 바닥에 박아놓은 것이랍니다.



당시나 지금이나 광주항쟁의 기록과 광주시민의 눈으로 보는 전두환 씨는 '살인마' 그 자체일 뿐입니다.

이처럼 현대사의 중요한 분수령이 되었던 사건들이 5월에 일어났으니 5월이 갖는 색감은 바로 붉은 핏빛으로 각인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지 싶습니다.
게다가 지금 흐드러지게 만발한 장미꽃 역시 정열적인 붉은 장미가 가장 많습니다.

원래는 평화의 달이었을 5월

현대 정치사의 비극적인 사건들만 아니라면 5월이야말로 가장 곱고 평화로운 달의 이미지를 갖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고 있다고 봅니다.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부처님 오신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하나같이 가정적이고 사랑과 평화가 연상되는 날이 집중되어 있으니까요.
그런데 애석하게도 정치적으로 굴절된 현대사로 인해 5월의 이미지는 분노와 슬픔으로 얼룩져 있으며, 과격하고 어둡습니다.
하지만 본래의 모습인 사랑과 평화로움을 살리는 것도 기성세대의 몫이라 생각합니다.


◈ 5월 5일 북구청 광장에서 열린 어린이 날 행사장 모습

어린이날을 맞으면 고만고만한 어린 자녀를 둔 젊은 부모님들은 '어린이날'을 맞으면 고민에 쌓이게 됩니다.
아이에 기대감을 충족시키기가 만만하지 않기 때문이죠.
선물, 외식, 놀이공원이 단골메뉴이긴 하지만 시간도 돈도 만만치 않은 부모들은 고민이 아닐 수 없고, 설사 놀이공원에를 가더라도 장사진을 이루는 줄서기 하느라 몸도 마음도 지쳐서 망가진 기분으로 돌아 온 경험이 많습니다.

그래서 뜻있는 분들이 모여서 시작한 것이 지역별로 어린이날 행사를 갖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전국교직원노조와 참교육 학부모회가 주축이 되어 시작한 행사가 이제는 지역 시민 사회단체가 공동으로 추진 기구를 구성하고, 경험이 쌓이다 보니까 아주 알찬 지역별 행사로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우리 북구청의 경우는 넓은 구청 광장을 이용함으로써 접근성, 교통, 주차의 편리함과 함께 각종 편의시설을 최대한 활용하는 가운데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을 발굴하여 대표적인  어린이날 행사로 자리매김 한 것은 커다란 보람입니다.

이어지는 어버이날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많습니다.
부모님은혜를 생각하는 날이 어디 하루로 될까요.
자식 키워봐야 부모님 마음을 안다고 하지만 요즘 세태는 자식사랑은 끔찍이 생각하면서 부모님에게는 자식에 대한 사랑의 절반도 실천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뒤늦게 철이 들어 부모님께 효도해야지 생각하면 그 때는 이미 세상에 계시지 않습니다.
가슴에 달아드리는 꽃 한 송이 어버이날만이 아니라 매일 달아드린들 그게 대수일까요.
꽃이 아니면 안부 전화로 대신하는 것도 한 방법일 테니 오늘 바로 안부전화라도 한통 드리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온 누리에 자비와 평화를

올해 부처님 오신 날은 스승의 날과 겹쳤습니다.
저는 특정 종교에 귀의하지는 않았지만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관내 몇몇 사찰을 방문하면서 참으로 마음의 평안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 부처님 오신 날, 삶의 안녕을 기원하는 연등이 걸렸습니다.

비록 예법은 모르지만 경건한 마음으로 부처님 앞에 서원을 드렸습니다.
온 누리에 평화와 북구 발전, 그리고 제 개인적인 발원도 곁들여서... ^^*

절집마다 풍기는 분위기가 다릅니다만 스님께서 손수 끓여주시는 차를 들며 나누는 담소는 하나하나가 지치고 피폐한 영혼을 편안하게 해 줍니다.
사실 절에 갈 때는 얼마간의 거리는 걸으면서 주변 경관도 살펴보고 마음도 가다듬으며 산문을 들어서야 제격입니다.
시간에 쫓기는 경우 어쩔 수가 없지만 가급적 걸으려고 합니다.

또한 규모가 큰 절은 큰대로, 작고 아담한 절은 작은 대로의 멋과 분위기가 있습니다.
북구 관내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호국사찰인 신흥사와 신흥사에 속한 암자는 깊은 산 속에 있어서 마치 망망대해에 떠 있는 일엽편주와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 탑돌이 행사는 우리의 번뇌를 씻어 줍니다.

올해는 절집을 순회하면서 오가는 길가의 야생화와 절집 뜨락이나 주변의 예쁜 꽃과 풍광을 카메라에 담는 여유를 가졌습니다.
그리고 절집마다 장식한 연등이 장관이어서 초파일 저녁에는 연등 불빛으로 수놓은 야경의 아름다움과 탑돌이의 경건함을 보고자 다시 절집을 찾아가기도 하였지요.

경주 남산 자락에 위치한 아담한 절인 '용주사' 찾았다가 생면부지의 주지스님과 인사를 나누고, 마침 행사를 마치고 다도를 나누시던 찬불가 합창단 보살님들과 함께 스님의 말씀을 들을 기회를 가졌습니다.


◈ 5월 28일엔 청소년 뷰티 페스티벌이 북구문예회관에서 열렸답니다.

현생에서 이와 같은 만남의 연을 맺으려면 전생에서 10만 번 이상의 연을 맺어야 한다고 하시더군요.
그렇다면 우리가 관계를 맺는 수많은 사람들은 전생과 현생을 통 털어 얼마나 깊은 인연인지 모를 일입니다.
나아가 내세의 연은 또 얼마나 깊겠습니까.
모름지기 사소한 인연 하나라도 소중하게 키워가야 하겠습니다.

이렇듯 5월이 갖는 의미는 실로 다양하고 정서적으로 극과 극을 동시에 품고 있습니다.
이 모든 미움과 원망과 갈등을 녹일 수 있는 것은 용광로 같은 사랑과 용서일 것입니다.
뒤 늦게나마 5월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새로이 맞은 호국의 달 6월을 힘차게 열어가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