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정치/질고지칼럼

47. 직무정지기간의 기록/ 재활용품 선별장 체험

질고지놀이마당 2008. 7. 9. 14:07

2004. 11.15일 전국공무원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사항 초유의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중앙정부는 파업에 참가한 공무원들을 불문곡직 해임 파면에 처하라는 중징계 방침을 내렸습니다.

중앙정부의 방침은 공무원노조에 대한 찬반이나, 공무원 신분으로 파업을 하는 것이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서 지방자치를 완전히 부정하는 것었습니다.

'참여정부'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지방자치시대에 도저히 있을 수없는, 관선시대에나 통용되던 전 근대적이고 중앙집권적인 지침이 남발됐지요.

그리고 중앙정부 지침을 따르지 않으면 예산 국책사업 인사 등등에서 불이익을 주겠다는 협박을 공공연하게 했습니다.

 

필자는 그러한 중앙정부의 지침과 협박은 지방자치를 부정하고 단체장의 권한을 침해하는 부당한 처사라며 거부했습니다.

결국 부하직원의 목을 자르는데 협력하지 않은 것이 '직무유기죄'가 성립되어 1심과 2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음으로써 구청장 직무가 정지되었습니다.

직무정지란 군인으로 비유하면 무장해제가 된 것과 같지요.

업무와 관련한 결재나 인사권 행사는 물론, 일상적인 보고나 지시조차 할 수 없는 상태였으니까요. 

출근을 해도 아무 할 일이 없는 구청장으로서 관내 사회복지시설 방문 봉사와 현장 체험활동으로 보내야 했으니 분하지만 돌아보니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직무유기죄'는 법정투쟁을 통해 마침내는 대법원 파기환송을 통해 무죄판결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흘러간 물이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다는 말처럼, 직무정지 상태로 흘러간 시간은 부당하게 빼앗긴 시간이 되고 말았습니다.

아래 옮기는 기록은 국가권력에게 유린당한 개인의 양심과 소신, 그리고 빼앗겨버린 시간의 조각들입니다.

 

글 말미에 독백처럼 소망했던, 현장체험을 통해 얻은 경험을 구정에 반영할 기회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관리자 (2005-12-29 10:40:00, Hit : 474, Vote :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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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구 재활용품 선별장 체험을 다녀와서


◆26일 북구 재활용품 선별장에서의 하루 체험. 쓰레기 분리수거 체계에 대한 많은 고민과 숙제를 안고 돌아왔다. ◆


아이들 기저귀, 화장실에서 쓴 휴지, 먹다 남은 음식이 반쯤 들어있는 일회용기에, 심지어는 생리대까지...
왜 이런 것들이 종량제 쓰레기봉투가 아닌 재활용품 선별대에 올라오게 될까요?
26일 재활용품 선별장에서 하루체험을 하면서 목격한 실제 상황입니다.

냄새가 덜한 겨울이어서 망정이지 악취가 진동하는 한여름을 상상하면 끔직합니다.

뿐만 아니라 맥주병과 음료수병에 잔유물이 남아 부패된채 들어오고 부패된 통조림 캔이며, 온갖 잡탕 쓰레기가 섞여 들어옵니다.

음식물 쓰레기 분리수거 및 생활폐기물 수거작업을 하면서도 절실히 느꼈던 것인데 쓰레기 분리수거에 관한 한 시민의식은 정말 심각합니다.

물론 공동주택 대부분은 절이라도 하고 싶을만큼 잘 해주시구 계시고, 개인 주택의 경우도 꼼꼼한 주부님들은 감사할 정도로 잘 지켜 주십니다.


◆체험결과 재활용선별장에는 도무지 '재활용품'이라고 할 수 없는 것들이 마구 섞여 있어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사진은 선별작업 콘베이어벨트에서 직원들과 함께 일하는 장면.◆

그러나 단독주택의 경우 전체적인 수준은 어떠한 강제력을 발동하지 않고서는 자율적인 질서를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합니다.

어제 함께하던 작업자들도 이구동성으로 울분을 토합니다.

재활용품을 수집통인데도 일반 쓰레기를 갖다 버리고, 수거일을 지키지 않고 아무때나 갖다 버린다는 것입니다.

일하시는 분들이 더욱 분해하는 것은 인격적인 모욕입니다.

불법투기 현장을 보고서 그러면 안된다고 일러주면 멸시하는 눈길로 위 아래 째려보면서 "흥 별꼴이야" 하는 인격무시형에서 부터 "당신이 뭔데 참견이냐, 당신 일이나 똑바로 해라"는 시비공격형,"나는 잘 하려고 했는데 남들이 안 지키니까..." 핑계형, "이사온지 얼마 안 돼 잘 몰랐어요"라는 변명형 등등 다양하답니다.

참으로 이런 모습이 우리 '희망북구'의 주인인 주민들의 모습이라고는 믿고 싶지 않지만 현장체험을 나가보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리고 재활용품을 선별 콘베이어벨트에 쏟아져 나오는 재활용품(?)의 실제를 보니 암담하기도 하고 화가 납니다.


◆선별장 체험을 통해 그동안 몰랐던 많은 것을 알게됐다. 일하시는 분들의 어려움도 어려움이지만 주민들의 의식이 어느 정도인지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사진은 선별한 재활용품을 한곳에 모아 묶는 장면.◆

이 참에 주민들에게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깨끗한 북구를 위해서 추위와 더위 그리고 밤낮없이 수고하시는 분들에게 감사와 격려의 인사를 건네지는 못할망정 마음에 상처를 주는 언행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둘째, 쓰레기 분리수거를 바로 해 달라는 것입니다.

대문만 나서면 온 골목을 쓰레기장처럼 만들면서 자기 집안만 깨끗이 한다고 깨끗한 주거환경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셋째, 종량제 봉투(일반 쓰레기), 전용 수거용기(음식물 쓰레기) 사용은 문화시민의 기본입니다.
구청에서 거둬들이는 수수료는 원가의 절반도 채 되지 않습니다.
종량제 봉투나 수거용기를 사용하지 않고, 재활용품도 제대로 지켜주지 않으면 추가되는 수거비용 역시 주민들이 내는 세금으로 충당하는 것입니다.
당장 봉투값이나 수거용기 비용을 아끼려고 아무렇게나 버리면 결국 내 주머니에서 세금이 더 나가게 된다는 얘깁니다.

넷째, 단독주택 주민들에게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재활용품의 경우 공동주택인 한달에 1~2회만 수거하는데도 잘 지켜는데 비해 단독주택의 경우는 매주 수거를 하는데도 지정된 날짜를 지키지 않고 쓰레기까지 넣어서 마구 내놓습니다.
똑같은 북구 주민인데 왜 이런 차이가 나는지 한번쯤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구청에서도 느끼는 바인데 일하시는 분들도 이구동성으로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너무 잘해주어서 버릇만 나쁘게 만들었다"
이 얼마나 자존심 상하는 말인지요.

솔직히 그런 면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무단투기하고, 제 날짜 지키지 않고 내놓으니까 도시전체가 더러워집니다.
도시 이미지도 그렇고 시민들 아우성치니까 구청에서는 할 수없이 기동청소 및 매일 기동수거반을 돌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하는 분들에게 비인격적으로 대하는 주민들도 있다고 한다. 주민들이 좀 더 신경써서 분리수거를 하면 오히려 내 주머니에서 세금이 더 안 나가는 일이 될텐데 '자기만' 생각하는 의식이 아쉽다. ◆

단독주택의 경우 공동주택과 달리 분리수거체계가 어렵다 보니까 거점별 수거장소를 지정하거나 수집용기를 비치하였는데 이러한 편의제공이 한편으로는 의존적이며 배타적이고, 무관심과 비협조를 낳는 결과가 되고 있습니다.

무단투기 근절을 위한 단속보다 편의 제공과 서비스 향상을 위해 노력한 결과가 오히려 역효과를 낳는구나 생각하니 이러한 정책은 근본을 바꾸어야 하겠구나 싶습니다.

그렇다고 권위주의 시절처럼 통제하고 단속 일변도로 돌아갈 수도 없는 민선 자치시대라는 점에서 참으로 어려운 숙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방치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쓰레기 수거체계에 대한 일대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진작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이번 기회에 경험한 현장체험을 통해 더 이상 미적거려서는 안되겠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공무원은 물론 각 자생단체와 주민대표들도 현장체험 기회를 늘리는 것도 이러한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개혁정책을 펼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내년도 구정의 주요목표로 삼았으면 하는데 그럴 기회가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