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정치/질고지칼럼

무룡산 '숲가꾸기' 현장

질고지놀이마당 2008. 9. 25. 12:17

2004년 2월, 큰 산불이 났던 무룡산 자락 매봉재 일원에 시민헌수운동으로 심은 6종류의 복구조림현장이다.

매봉재로 올라가는 길 중에서 가장 가파르면서 메마르고 척박한 이곳에는 산딸나무를 심었다.

5년째 접어 든 지금, 척박한 환경에서 몸살을 앓으며 그래도 대부부의 나무들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척박한 환경에서 뿌리를 내리고 열매까지 맺은 산딸나무 

 

그러나 자연이 스스로 치유하는 힘도 놀라워서 일대는 풀섶이 우거지고 무엇보다도 칡덩굴이 번성하고 있다.

덩굴식물인 칡덩굴은 주변의 나무를 타고올라 제 영역을 넓히는데 칡 덩굴에 휘감긴 나무는 숨이 막혀 고사하게 된다.

 

 

 

척박한 환경에서 죽음의 문턱을 넘어 어렵사리 뿌리를 내린 이 시점에서 칡덩굴은 가장 큰 생존의 위협이다.

따라서 북구청에서는 적지않은 예산을 들여서 '숲가꾸기 및 비료주기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작업을 했다는 현장을 가 보면  주민들이 심은 나무들이 목줄을 조이고 있는 것은 그대로 놔둔채 등산로 풀베기만 한 꼴이다.

  

 

이런 식의 숲가꾸기 작업을 한다는 것은 일선 작업자들이 사업을 하는 가장 큰 목적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것 아닐까?

그리고 작업 현장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지난 토요일, '과수원길'로 불리는 산딸나무 코스를 답사한 결과 그야말로 눈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었다.

 

 

주민들 정성으로 심은 나무의 숨통을 조이는 칡덩굴은 그대로 놔둔채, 등산로 좌우 풀베기만 한 현장

 

심은 나무들이 잘 자라도록 하는 숲 가꾸기 사업이라면 마땅히 심은 나무를 우선으로 살피고 돌봐야 한다.

이처럼 밑둥에서 웃자란 잔가지가 많으면 줄기나무가 제대로 자랄 수가 없다.

따라서 잔가지를 잘라 주는 것도 숲가꾸기 사업에서 빠뜨려서는 안될 작업인데 손질한 나무는 눈씻고 봐도 없다. 

 

 

그리고 이곳, 무룡산을 찾는 수많은 시민들이 쉬어가는 쉼터 일명 매봉재 전망대다.

그 옆에 조그만 야외 쉼터도 함께 만들면서 가운데에 돌탑을 쌓았는데 이게 돌탑이 아니라 돌무더기로 전락하고 말았다.

애시당초 제대로 쌓은 돌탑이 아닌데다 허물어지고 나서도 관리의 손길이 전혀 미치지 않는 것이다.

 

 

우거진 잡풀도 그대로 방치..

물론 행정에서만 다 해주기를 기다리고 손하나 까딱 않는 배타적이고 무관심한 시민의식도 문제이기는 하다.

요즘은 거리에 쓰레기나 아파트 주변의 잡풀도 주민 스스로 줍고, 뽑는 시민참여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행정에서 솔선하고 모범을 보일 때, 시민들도 자발성을 발휘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