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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송년 심설산행 4/ 무너미재~1275봉

질고지놀이마당 2009. 1. 8. 23:07

<앞 글 '설악산 송년 심설산행 3' 에 이어서..>

언제 : 2008. 12. 30(화) 무척 추운날씨, 강풍은 여전하지만 개인날씨여서 전망 좋은 편(강풍에 날리는 눈으로 가끔 시야 흐림) 

누가 : 나홀로

코스 : 중청대피소~대청봉~중청~소청~희운각~공룡능선(무너미재-신선봉-1275봉-나한봉-마등령)~금강굴~비선대~설악동 하산(약 9시간)

 

무너미재 갈림길에서 잠시 망설였다.

공룡능선으로 향하는 발자국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전날(12.29)까지 많은 등산객이 다녀서 러셀이 잘 됐었을텐데 어제 오후부터 새벽까지 세찬 강풍이 발자국을 메우고 흔적을 없앤 것이다.

단 한명도 오거나 가지 않았다니 일순 망설인 것인데 날씨도 좋고, 불과 5km 정도의 거리에 아는 길이니까 성큼 들어섰다.

그러나 역시 눈쌓인 공룡능선은 그 명성만큼이나 만만한 길은 아니었다.

신선암으로 오르는 길 군데군데 길이 뻗어간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눈으로 뒤덮인 곳이 많았다.

 

러셀이 안된 것과 같은 상황이어서 긴장이 되었지만 자신의 선택에 대한 확신을 갖는 것은 중요하다.

반신반의, 불안, 초조, 이런 것들은 상황 돌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단 결정한 이상, 기상이변이나 부상과 같은 상황이 아니라면 충분히 헤쳐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중요하다.

 

2006년 7월의 그 엄청난 물난리 속에서 서북능선을 주파하고, 지난 가을에 공룡능선을 거쳐 천불동 계곡으로 한바퀴 돌아서 올라갔던 저력이 있다.

최소한 길 잃을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되는 코스인데다 어떤 문제가 생기더라도 오세암이나 비선대까지는 걸어 갈 자신이 있었다.

최악의 경우라 하더라도 하루 밤 정도는 산 속에서 비박을 하면서라도 버텨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무장했다.

 

얼마간 비지땀을 흘려서 당도한 신선암 전망바위에 오르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그래, 이 길로 들어서길 잘했어! 스스로의 현명한 선택이라 자화자찬.

이만한 경관을 보려면 그에 상응하는 위험부담과 수고를 감수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생각을 한다.

 

신선봉에서는 천화대릿지와 범봉, 그리고 1275봉과 그 주위의 암봉들, 그 너머로 나한봉은 물론 설악의 대부분의 절경이 다 조망된다.

어디 공룡능선 뿐이랴, 건너편의 용아릉과 저 멀리 서북능선, 그리고 천불동 계곡 건너편의 화채능선까지..

 

 울산바위도 한눈에 잡히고 그 너머로 척산 온천지구와 속초 시가지는 물론 동해까지 마치 비행기에서 내려다 보는 기분이다.

 

저 앞에 보이는 뾰족뾰족한 암봉 사이를 헤집고 지나가야 하니까 전투라는 각오로 투지를 불태운다.

 

 

그런데 뒤 돌아보면 천황봉과 중봉 소청봉이 지척이어서 중청에서부터 두 시간여 버둥거렸어도 이동한 거리가 얼마 안되는 것을 알 수 있다.

 

갈길이 멀지만 전망이 워낙 빼어난 곳이어서 시간이 지체되더라도 삼각대를 세우고 셀프로 자신의 모습도 담는 호사를 누렸다.

거쳐서 내려온 길인 대청 중청 소청을 배경으로..

 

가야할 길인 공룡능선 암릉을 배경으로..

 저멀리 설악의 한쪽날개에 해당하는 서북능선, 그리고 서북능선과 공룡능선 가운데로 흘러내린 용아릉을 배경으로..

깊은 골은 하류에서 용아릉 너머쪽에서 흘러내린 구곡담 및 수렴동계곡으로 합류하는 가야동계곡이다.

 

신선암에서 본 범봉

 

 

화채능선의 끝자락을 이루는 집선봉, 망군대, 노적봉, 권금성 등등이 어우러진 암릉群

 

 가장 우뚝 솟은 암봉이 1275봉

 

1275봉으로 향하는 중간 고개마루에 돼지 주둥이 형상이 연상되는 커다란 바위가 있다.

나뭇가지 아래로 뾰족한 봉우리가 지금까지 사진을 찍었던 신선봉이다.

 

아래 보이는 암봉을 지나가야 한다.

워낙 가파르고 험해서 위로 통과는 거의 없고 우회통과가 많다. ^^*

우뚝 솟은 뾰족바위가 1275봉인데 실제는 앞쪽 암릉과는 한참 떨어져 있는데 사진에는 앞에 암봉과 하나인 것처럼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위 암봉을 지나와서 돌아다 본 풍경이 아래 사진이다.

우뚝 솟은 두 암봉 사이로 등산로가 이어진다.

 

 

오른쪽에 신선봉(신선암)이고 저 건너편에 화채능선에 우뚯 솟아있는 칠성봉(진행방향에서 뒤돌아 본 것)

 

진행하는 전방에 1275봉이 사정거리에 들어왔다.

오른쪽 가장 높은 봉우리인데 그 왼쪽 잘록한 부분으로 넘어야 한다.

사진에서 보이듯이 눈이 많이 쌓여 있어서 허벅지까지 빠지는데다 두걸음 디디면 한걸음은 미끄러져 내려오는 식이었다.

 

왼쪽이 나한봉, 오른쪽은 1275봉 주변의 암봉

이 사진에서도 앞 뒤의 두 암봉이 같이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제법 멀리 떨어져 있는 두개의 암봉이다.

1275봉 가파른 고지를 올라갔다 내려가서 다시 올라야 한다.

뒷편 나한봉의 암봉사이 경사면에 눈이 하얗게 쌓인 곳이 등산로다.

 

주위의 크고작은 암봉을 호령하듯이 우뚝 솟은 1275봉의 위용

 

1275봉 고개로 향하면서 삼각대를 세우기 번거로워서 배낭을 받침대 삼아 셀프사진 한장 추가 ^^*

공룡능선길에 들어서면서 그래도 가다보면 등산객 몇 명은 만나겠지 기대했는데 아직까지 단 한사람도 없다.

마등령에서 마주오는 등산객이 있다면 이쯤에서 마주칠만한 지점이고 시간이건만..

 

 

1275봉 고개를 넘어서 나한봉으로 향하면서 우회통과하는 암릉이다.

 

분명 저 암봉 어느 사이를 지나왔는데 사진으로 보니까 어디가 길이었는지??

 

1275봉 오르는 중간에 그냥 지나치기 쉬운 전망바위가 있다.

우뚝 서있는 바위(立石) 틈새로 보는 경관이 멋진데 특히 범봉의 옆 모습을 멋지게 담을 수 있다.

 

 

바위틈 전망대에서 훔쳐 본 범봉의 자태

 

어깨동무를 한 것처럼 다정해 보이는 대청봉과 중청봉은 공룡능선을 걷는 내내 따라다닌다.

나홀로 걷는 산길에서 대청-소청의 존재감은 마음의 고향, 안식처요 수호신 같다.

아래사진 왼쪽 立石 틈사이로 나가면 범봉과 일대 암릉을 다른 이미지로 조망할 수 있다.

 

천신만고, 눈이 많이 쌓인데다 가파른 길이어서 두 걸음 디디면 한걸음 미끄러지는 과정을 거치며 1275봉 고개를 올랐다.

이쯤에서 휴식과 영양보충을 위해 쉴 자리를 찾는데 그냥 눈을 다져서 퍼질러 앉았다.

바람이 좀 막히고 햇살이 드는 곳에 자리를 잡고 얼음처럼 차가운 주먹밥을 마저 먹었다.

왜 단 한사람도 오지 않는거야? 문득 사람이 그립다.

 

이제는 나한봉을 넘어야 한다.

오른쪽 날카로운 암릉을 따라가다 가운데 우뚝솟은 두개의 암봉 사이를 넘고 얼마쯤 더 능선을 오르내려야 마등령이다.

다음은 마지막 순서로 나한봉에서 마등령을 거쳐 비선대까지의 하산구간을 소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