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 2009. 1. 26~27 양일간
코스 : 청학동~삼신봉~세석대피소(일박)~촛대봉~장터목대피소~제석봉~천왕봉~중산리하산
아내와 함께한 설날 지리산 심설산행은 지금까지의 지리산 겨울산행 중에서 가장 좋은 날씨와 풍경을 만났다.
우선 맛보기 사진부터 올리고 구간별 사진 및 산행기를 올릴 예정이다.
청학동 들머리에서 12시경 출발, 나는 배낭이 무겁고 아내는 발걸음이 무거워서 삼신봉까지 한시간 반 남짓 걸렸다.
날씨는 오락가락, 구름이 이리저리로 몰리면서 가끔씩 눈발이 날린다.
천왕봉은 하얀 구름이 걸린채로 보일듯 말듯 숨바꼭질을 하고있고, 반야봉 쪽은 검은 구름이어서 거의 보이지 않는다.
새석대피소까지 3시간 반이면 닿을 줄 알았는데 아내가 컨디션이 좋지 않은지 걸음이 마냥 늦어서 어둠이 내려서야 도착했다.
원 계획은 장터목대피소까지 이동하여 다음날(1. 27) 천왕봉에서 일출을 보는 것이었는데 이동이 늦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세석대피소에서 묵었다.
대신 촛대봉 일출을 보기위해 시간맞춰서 카메라와 삼각대만 챙겨서 촛대봉에 올랐다.
어둔 하늘 빛이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은 황홀함과 장엄하다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이번에야말로 지리산 일출 소망을 이루는구나.. 하지만 정작 태양은 둥근 모양을 보여주지 않고 구름에 가려 좌우로 퍼진, 눈부심만 보여줄 뿐이다.
천왕봉에서 일출을 봤더라도 조건은 같았을 것이다.
아쉬움을 위안삼으며 눈을 주변 풍경으로 돌린다.
아침 햇살에 드러나는 지리산 자락은 어느 방향을 보더라도 감동 그 자체다.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 상의 제석봉과 연하봉, 그리고 저 멀리 지리태극의 동쪽 날개 격인 웅석봉에서 덕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촛대봉에서 동남쪽 방향으로 아침햇살에 빛나는 산봉우리가 바다에 떠있는 다도해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벅찬 감동을 주는 풍경은 이쪽이다.
저 멀리 햐얀 눈을 이고있는 태산준령이 아침햇살아래 보석처럼 빛난다.
덕유산 이북의 민주지산을 거쳐 추풍령으로 향하는 백두대간으로 짐작된다.
아직 아침식사 전이라서 세석대피소로 다시 내려왔다.
눈꽃동산 가운데 자리한 대피소는 마치 동화속의 한장면 같다.
아침 챙겨먹고 촛대봉 거쳐서 장터목대피소로 가는 중이다.
전망좋은 바위에 걸터앉아 반야봉을 돌아본다.
반야봉 오른쪽으로 지리태극의 서쪽 날개에 해당하는 서북능선이 길게 이어진다.
영신봉과 덕평봉, 그리고 반야봉과 노고단까지 이어지는 수많은 봉우리가 겹쳐진다.
이 동산을 넘어서면 장터목대피소다.
제석봉과 천왕봉이 지척이다.
제석봉 고사목지대를 지난다.
오랜 세월동안 고사목의 대명사로 통하던 제석봉 일대의 고사목도 이제는 거의 남아있지 않다.
제석봉 고사목 너머 저 멀리, 반야봉 오른쪽으로 하얗게 눈을 이고있는 만복대가 드러난다.
바람이 몰아치며 쌓아놓은 눈더미가 마치 거대한 파도의 형상으로 등산객을 덥치는듯한 기세다.
통천문을 지나면서 뒤돌아 본 설경
마지막 암릉지대를 오르며..
마침내 천왕봉에 올라 동서로 길게 이어지는 지리산 주능선을 한눈에 조망한다.
천왕봉 동남쪽 조망
오른쪽에 희끗희끗 눈을 이고있는 능선이 법계사를 거쳐 중산리로 이어지는 '중산리코스' 다.
가운데 힘찬 기상으로 뻗어나간 능선은 중봉에서 국수봉으로 이어진다.
하산길에 들린 법계사
지리산 법계사는 남한에서 가장 놓은지대에 위치한 절로 알려져 있다.
중산리로 하산을 하는데 무릎 통증을 호소하는 아내 때문에 멀지만 경사가 좀 완만한 청소년수련장쪽 길을 택했다.
산행시간이 예상보다 너무 늦어지니까 어둠이 내릴 때까지 하산을 못할 것 같아서 신경이 쓰인다.
더욱이 중산리까지 내려가더라도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청학동까지 이동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참으로 고마운 분들을 만났다.
콜택시를 부를 작정으로 아내보고 천천히 내려오라 하고서, 콘크리트 포장길을 뛰다시피 내려가는데 승용차가 한대 멈추더니 타라고 한다.
청소년수련장 쪽에서 내려오는 승용차가 아내를 태우고 오다가 나까지 픽업을 해 준 것이다.
불심이 깊은 그 분들은 정초에 법계사에 다녀오는 길인데 우리 사정을 듣고는 내친김에 청학동까지 태워다 주는 호의를 베풀어 주었다.
진주에 산다는 그 분들 덕분에 비용과 시간을 절약한 것도 크지만 정초에 받은 고마운 마음씨로 인한 행복감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 이상의 선행을 베푸는 것으로 보답하리라 다짐한다.
나는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이럴 때 어울리는 인사말은 상식으로 알겠다. '부디 성불하소서~!'
그 분들 덕분에 청학동에서 삼성궁을 둘러 볼 짬을 얻었다.
삼성궁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는데 이번 지리산행에 나서면서 진주에 사는 성*기 아우와 통화를 했더니 꼭 들러보라고 권한 곳이었다.
성*기님은 2006년 여름 설악산 물난리로 고립됐을 때 중청대피소에서 4일간 함께 생활하였다.
오색으로 하산하였으나 교통수단이 두절되어 한계령을 거쳐 한계리까지 토막토막난 도로를 함께 걸어 내려온 깊은 인연을 가진 사이다.
삼성궁(三聖宮)은 한마디로 배달민족의 성전이라는 뜻이다.(상세한 설명과 사진은 별도 꼭지로 소개할 예정)
성*기 아우가 나에게 권했던 것처럼 나역시 지인들에게 지리산 청학동에 갈 기회가 있으면 꼭 들러보라고 권하고 싶은 곳이다.
기축년 설 연휴에 다녀 온 지리산 풍경사진 및 산행기는 구간별로 나누어 상세하게 다시 정리하여 올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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