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정치/질고지칼럼

내일칼럼 7/ 중앙정치는 막장, 지방자치는 억장

질고지놀이마당 2010. 1. 8. 12:01

[2010년 1월 기고]

 

 

<원고>

국리민복을 위해 일해야 할 정치권이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으면서 여지없이 보여준 막장정치의 재탕을 보면서 희망이 아닌 절망을 느낀다.

이 나라의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한지 20년이 되었지만 중앙집권적 사고로 채워진 정권과 중앙부처 관료들이 숨통을 누르고 있어서 억장이 무너질 지경이다. 경제는 우등생인데 정치는 낙제생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작년 한해 지구촌 전체를 뒤흔든 경제위기 속에서도 우리나라 경제 성적표는 지표상으로나 내용면에서 상당부분 선방했다.

수출 3,638억$ 수입 3,228억$로 410억$에 이르는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그 저력에는 현대 삼성 엘지 등 규모와 기술력과 품질 마케팅 등등 초일류 글로벌 기업이 있었고, 각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정치는 세종시 논란과 4대강 사업, 노동관계법 등으로 난마처럼 얽혀 허구헌날 정쟁으로 지새다가 파행으로 한 해를 마무리 했다.

이를 일러 언론에서는 ‘막장국회’로 표현했다.

기실 국민들 눈에 비친 정치는 폭력 기물파손 기습 점거 날치기 등등 폭력배들에게나 어울리는 수식어를 항상 달고 다녔다.

그런 아수라장에서 장애인 노약자 등 사회 경제적 약자들을 위한 민생이 제대로 챙겨질 수가 있겠는가?


1991년 부활되어 어느덧 성년이 된 지방자치의 현실을 보면 더욱 암담하다. 교육감선거 직선으로 교육자치도 도입되었지만 이 역시 관선시대 향수에 젖어있는 중앙부처 관료들의 경직된 사고가 가로막고 있다.

첫 직선으로 치러진 광역단위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개혁 성향의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의 당선은 그 자체가 대단한 뉴스였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개혁적인 정책은 사사건건 교과부와 부딪히다가 마침내는 시국선언 교사들에 대한 징계문제로 정면충돌 하면서 교과부장관이 김 교육감을 ‘직무유기’죄로 검찰에 고발하는 사태로 발전했다.


경기도교육감이 직무유기죄로 고발당하는 과정은 이렇다.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들에 대해 교과부가 각 교육청에 참여 교사들을 징계하라는 지침 하달하자(관선시대 발상이다.) 각 교육청은 지침을 충실히 따랐으나 김 교육감은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 라며 “사법부의 최종판단을 지켜보고 결정하겠다.”고 맞섰다.

사실상 거부에 대해 교과부는 직무이행 명령을 내렸고 김 교육감은 가처분신청으로 대응했다. 이에 교과부는 김 교육감을 직무유기죄로 검찰에 고발했다.(12월 10일)

일련의 과정을 보면 2004년 파업에 참가했던 공무원을 모두 파면 또는 해임하라는 지침을 내렸던 행자부와, 이를 거부했던 북구청장을 직무유기죄로 고발하는 과정과 어쩌면 그리도 똑 같은지!

또한 지방(교육)자치를 통제하려는 중앙집권적 발상은 참여정부나 MB정부나 같다는 것도 신기할 정도다.

당시 북구청장은 행자부 지침에 대해 ‘절차도 무시하고 파면 해임 등 형량까지 지정하여 하달하는 지침은 지방자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간섭이며, 중징계또한 부당하다’며 ‘자체 징계를 하겠다’고 맞서다 직무유기죄로 고발당했다.


그런데 교과부장관이 간과한 것이 하나 있다.

행자부장관과 울산광역시장이 북구청장을 직무유기죄로 몰아서 직무정지를 당하게 만들었으나 대법원까지 가는 법정투쟁 결과 무죄판결을 받은 사실이다.

교과부장관의 김 교육감 고발은 대법원 판례를 모른 무지의 소치인지, 알면서도 중앙정부의 말을 고분고분 듣지 않는 경기도교육감의 직무를 정지시켜 보려는 의도인지 모르겠으나 어느 쪽이든 중앙집권적 사고의 산물이 분명하다.

그리고 지난 12월 31일 서울행정법원에서도 의미있는 판결이 있었다. 학생선택권에 따라 일제고사 시험을 거부했던 교사 7명에 대한 해임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부활된지 20년을 맞는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현실이자 중앙부처 관료들이 가지고 있는 중앙집권적 사고의 단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사건이다.

한 가지 더 첨언하면 여야 정치권이 참여하는 정개특위는 ‘기초단체장 정당공천 폐지’ ‘기초의원 소선거구제로 환원’과 같은 개혁을 끝내 묵살했다.

 진정한 지방자치와 국민들 대다수 바람인데도 자신들 기득권 유지를 위해 외면한 처사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장이 1심에서 금고이상 유죄판결을 받으면 그 즉시 직무정지가 되는데 반해 국회의원들은 뇌물 불법자금 수수와 같은 파렴치한 범죄로 유죄판결을 받더라도 대법원 확정판결 전까지 국회의원직을 유지하는 것은 불공평하다.

만인에게 평등해야 할 평등원칙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1심 결과만으로 직무정지가 되도록 한 근본취지와 달리 북구청장의 사례처럼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도 있다.

새해에는 이런 불편부당과 막장정치와 지방자치를 억누르는 악법 및 관습을 쓸어내고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와 제대로 된 지방자치 실현을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