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정치/질고지칼럼

눈물젖은 밥을 먹으며

질고지놀이마당 2014. 9. 6. 00:18

이사를 하느라 며칠간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아서 밀린 비망록과 단상들을 정리하는 중이다.

 

2014. 9. 3. 수요일.

 

혼자 저녁밥을 먹는 도중에 전화 몇 통화를 받고나서 눈물이 핑 돌았다.

마음 약해지면 안되는데 내가 왜 이러지...?

자신을 추스리려 할수록 이상하게 눈물이 더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이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돌발상황인데 주르르 흘러 내리는 눈물이 뚝뚝 떨어지다 보니까 눈물밥이 되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밥을 먹어 말어?

누가 보는 사람이 없으니 아무려면 어떠랴, 꾸역꾸역 밥을 떠 넣으며 드는 생각 하나.

밥이 곧 삶이고 인생이란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이다.

 

퇴근 전에 아는 지인들에게 이사를 했다는 사실, 그래서 주소가 바뀌었음을 공동 문자로 알렸다.

근무시간에 회신이 날아오는 것을 피하려고 시간을 지정하는 예약문자로 보냈는데 막 저녁 밥을 먹는 시간과 겹치는 것을 생각 못했다.

수시로 울려대는 문자 수신음은 나중에 확인해도 그만인데 오래 기다리지 못하는 성격이라 바로바로 확인을 한다.

그런데 답장이 오는 문자의 2/3 가량은 축하인사였다.

아마도 이사를 했다니 지레 좋은 일이라고 짐작하여 별 생각없이 축하한다는 덕담을 보냈을 것이다.

그런데 직접 전화를 건 사람들은 내가 처한 상황을 대충 짐작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애써 억누르고 있던 평정심이 흔들리게 된다.

새삼스레 내 처지가 서럽다는 생각도 있지만 정작 눈물이 나게 만드는 것은 상대방의 따뜻한 위로를 들을 때다.

 

밥일꿈

이 세글자는 세상을 살아가는 행위를 가장 압축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밥은 생존이고 일은 수단이며 꿈은 목표 혹은 보람이며 의미다.

이 세가지 중에서 밥이야말로 가장 원초적인 행위이며,

밥을 먹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고, 일을 하지 않으면 꿈도 이룰 수 없기에 밥이 먼저다.

눈물이 흐르고 목이 메이면서도 밥일꿈을 생각하면서 눈물밥을 다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