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정치/질고지칼럼

'자유로운 영혼'의 아침일기

질고지놀이마당 2014. 9. 6. 00:51

2014. 9. 5. 금

 

지난 이틀동안은 아내가 준비해 놓고 간 밥과 반찬이 있어서 아침 저녁을 문제없이 해결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밥이 없다는 사실을 미쳐 생각지 못하는 바람에 미리 준비를 해놓지 못했다.

이 사실을 깨닫고 잠시 갈등, 그냥 건너뛰고 말어? 아니면 번거롭더라도 아침밥을 지어 먹어?

 

밥을 지어 먹기로 방향을 정하니 마음이 바쁘다.

이사를 하기 전에도 더러 밥을 지은 적도 있고, 뭐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고 있었으니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갑자기 밥을 지으려니 모든 것이 어설프기 짝이 없다.

 

쌀이 어딨는지, 아내가 분명 내가 당분간 밥을 지어먹으르 쌀을 담아 두었을텐데 뒤죽박죽이라 모르겠다.

쌀을 찾아 이곳저곳 뒤지다가 김치냉장고에 들어있는 쌀을 찾았다.

일부러 김치냉장고에 넣은 것인지, 이사하면서 포장이사 하는 사람들이 넣어 놓은 것인지 하여간 찾아 냈다.

 

머릿속으로 추석연휴기간 찬밥을 남기면 곤란하니까 내일 아침까지 딱 세그릇을 지어야 하는데

계량하기가 마땅치 않으니까 대충 눈어림으로 짐작하여 쌀과 잡곡을 덜어내어 씻었다.

아직 도시가스를 연결하지 않았지만 등산용 버너로 당분간 대신하면 해결될 일이다.

 

그런데 이런~!

유일하게 불을 켤 수 있는 라이터가 불발이니 이만저만 낭패가 아니다.

씻어논 쌀을 그냥 둘 수도 없는 일이고, 아직 이웃에 수인사도 안했는데 이른 아침부터 불을 빌리러 가기도 뭣하고..ㅠㅠ

궁하면 통한다고 어딘가에 비상용 라이터가 있을 터. 등산용 배낭이며 잡동사니를 넣어두는 서랍을 모두 뒤져서 겨우 찾아냈다.

 

그러느라 바쁜 아침시간을 얼마나 허비했는지...

가까스로 불을 켜서 밥솥을 올려놓고 밥이 되는 동안에 출근준비를 마친다.

면도하고 머리감고, 양말 신고...

시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동작분석'에 익숙해 있기에 늦어진 시간을 어느정도 만회했다.

 

이윽고 압력밥솥이 밥이 다 돼간다는 신호인 딸랑딸랑~~치익~~ 갬을 내뿜는 소리가 들린다.

불을 약하게 낮춘다음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낸다.

밥이 잘 됐을까?

압력밥솥으로 밥을 지으면 쌀을 저녁에 씻었을 때와 아침에 바로 씻어서 할 때의 물조절이 다른데...

 

밥 냄새가 참 좋다.

예상했던 대로 딱 세 공기, 밥이 질지도 되지도 않게 잘됐다. 

밥만 잘되면 반찬이 좀 부실해도 잘 넘어간다.

첫 시작치고는 스스로 생각해도 합격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