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정치/질고지칼럼

경조금 모라트리움

질고지놀이마당 2014. 9. 6. 00:30

2014. 9. 4. 목

 

내 능력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빚 때문에 초 긴축 생활을 시작하면서 가장 고민스러운 것이 경조사 비용이다.

내핍생활을 먼저 실천하면서 내가 지출을 줄일 수 있는 것은 우선 주거비와 차량유지비다.

그리고 개인 용돈과 각종 회비도 줄여나가야 한다.

 

의식주 비용부터 절감을 해야 하는데 우리집의 가계 지출에서 식비는 더 줄일게 별로 없는 생활을 해왔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주거비 절감문제는 일단 실행에 옮겼다.

다음 차량유지비는 의무보유기간 2년이 끝나는 이달 말에 차를 처분할 예정이다.

개인용돈 지출도 이미 실행에 옮기고 있다.

소위 말하는 품위유지비 과감하게 삭감하고, 옷값 지출은 거의 동결이다.

 

회비도 대폭 줄여야 하는데 이 부분도 적지않은 고민거리다.

시민 환경 노동단체의 회비를 끊기가 그렇고, 각종 계모임과 취미 동아리 회비를 끊는 것도 사회활동 단절을 넘어 인간관계를 이어주는 끈까지 단절되는 것 같아서다.

그러나 한달 회비지출만 30만원이 훌쩍 넘으니까 어쨋든 절반 정도는 줄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남는 경조사 비용이 가장 고민이다.

한국사회에서 경조사는 '사람의 도리'로 평가되는 척도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레, 품앗이로 인식되듯이 서로 주고받는 관계이기도 하다.

 

내가 정치적으로나 집안의 길흉사시 도움을 받았으면서 상대방의 경조사를 모른척 한다는게 내 양심부터 허락치 않는다.

하지만 체면치레를 다 하다보면 다른 분야의 강도높은 지출삭감 효과가 반감되고, 경제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모른척 할 것인가? 축하 할 곳과 위로할 곳 찾아 다니기는 하되 부의금은 생략하면서 양해를 구할 것인가?

 

후자를 택하기로 했다.

고민고민 하다가 오늘 그 첫 실천을 신과장 장인상 빈소에서 첫 실천을 했다.

안가고 뒷 마음이 편치 않은 것보다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앞서 몇 건의 부고를 받고 미적미적 하다가(혹은 제때 연락을 받지 못해서) 모른척 했더니 뒷 맛이 영 찜찜했었다.

뒤에 전화로 양해를 구하기는 했지만 상대방이 이해를 해주면 고맙고, 이해를 안해줘도 도리가 없다.

그에 비하면 일단 찾아가서 몸으로 때우는 도리는 하되, 경조금은 생략하는 것이 나은 선택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