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정치/질고지칼럼

퇴직준비에 대한 단상/ 사내 공유마당 올린 글151014

질고지놀이마당 2015. 10. 15. 17:25

 

 " 자력갱생(自力更生)은 자신의 힘만으로도 생존을 추구한다는 뜻으로
남에게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오직 자신의 능력과 의지로 도전을 극복하려는 행동 또는 정신을 뜻한다."

자력갱생에 대한 사전적 정의다.

뜬금없이 이 화두를 글머리에 올리는 이유가 있다.
퇴직지원센터로 옮겨와서 10개월을 보내면서 풀리지 않는 의문이 한가지 생겨서 사우님들과 공유하고 해답을 함께 찾고 싶어서다.

짧은기간 경험이지만 퇴직준비는 바로 누군가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립하는, 즉 홀로서기 준비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직장생활로 인생 황금기를 거의 다 보내고 정년퇴직을 앞둔 선배 동료들을 보면 참으로 천차만별이다.

일찌기 퇴직 이후를 염두에 두고, 노후대책을 완벽하게 갖춰가고 있는 사우가 있는가 하면,
그야말로 어떻게 되겠지, 필자처럼 멍~때리고 살다가 퇴직준비를 할 때가 되었다는 교육에 참가해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는 사우도 있다.

그런데 실은 퇴직준비를 좀 일찍 했든, 남보다 조금 늦어서 지금 시작을 하든, 아직 때가 늦은 것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마음자세와 각오, 그리고 실천력이라고 생각한다.

이 아침, 사우님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도발적인 질문을 하나 던지려고 한다.
현대차 사우들과 현중 직원들의 퇴직준비에 대한 마음자세나 자력갱생 의지에 현격한 차이가 있다면 사우님들은 동의할 것인가?

자존심이 상해서 불끈 하는 사우님이 많다면 필자가 원하는 바다.
하나의 사례를 가지고 단정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다음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분명히 있다.

우선 현중과 현자의 퇴직지원 프로그램을 간략히 소개한다.
두 회사 모두 똑같이 노조의 요청과 노사합의로 정년퇴직자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다만 시기는 현중노사가 4년 전부터 시작을 했고, 우리 회사는 2013년 단협에서 합의하여 작년 3월에 퇴직지원센터를 개소했다.

프로그램을 보면 현중은 퇴직 2년 전에 집체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반해,
우리 회사는 퇴직 5년 전부터 단계별로 교육과 상담을 겸해서 지원하는 체계를 잘 갖추고 있다.
어느쪽이 더 나은지는 고객(교육을 받은 직원들)들이 평가할 문제이며, 성과가 나타나기 까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사안이니까 논외로 친다.


이제부터 본론이다.


올 봄에 울산광역시 농축산과에서 귀가 솔깃한 제안이 들어왔다.
퇴직 후에 귀농귀촌에 관심있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귀농귀촌 체험프로그램을 시범적으로 운영하는데 경비 대부분을 지원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현자나 현중처럼 한해 정년퇴직자가 많은 대기업은 독자적으로 참가자 모집이 가능하면 상 하반기에 각 한 학급씩 배정해 준다고 했다.

1박2일 농촌체험 프로그램인데 85,000원 중 75,000원을 지원받고 본인은 참가비 1만원만 내면 교육과 숙식 모두가 제공되는 기회였다.
귀농 귀촌 희망자들에게 아주 좋은 프로그램인데 자체적인 운영은 엄두가 안나던 차에 거의 공짜로 참가 할 수 있으니 현중 현자 모두 신청했다.

하지만 참가자 모집 결과는 너무나 극명하게 대비가 되었다.
한 학급 정원이 40명이었는데 현중은 단 며칠만에 정원을 초과하여 대상자 선정에 애를 먹을 정도로 참여율이 놓았던데 반해
우리 현자는 기회를 포기해야 하나 어쩌나 고민을 할 정도로 참가신청이 저조해서 애를 먹다가 가까스로 절반 정도를 채워서 참가했다.

그러나 현자의 경우도 참가자 수는 적었지만 참가자들의 열의와 만족도는 대단히 높았다.
'참가비 1만원 내고 20만원짜리 교육을 받은 것 같다' 다음에도 이런 기회 꼭 만들어 달라고 할 정도로...

그런데 당시 오토웨이 게시판과 퇴직지원 교육에 참가했던 사우들을 대상으로 문자를 보내는 등의 홍보활동에 대해 가장많은 문의사항은 바로
"근태협조가 왜 안되냐?"
"가고는 싶은데 토요일 특근 때문에 어렵다"

노사가 합의해서 진행하는 모든 퇴직지원 교육과정의 시간과 비용은 전적으로 회사 부담으로 지원된다.
그러나 퇴직 이후를 준비하면서 회사 외적인 개별 교육 참가에 대해서 최소한의 시간과 비용 부담의 마음자세는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보턴만 누르면 되는 자판기처럼 회사 혹은 노조가 해결사 역할을 할수록 의존적으로 되는게 아닐까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현재 상반기에 진행한 귀농귀촌 팜투어 성과(?)를 토대로 하반기 팜투어 참가자를 모집 중이다.
조건은 상반기에 진행한 것과 똑같다.
참가비 1만원/ 소호마을에서의 1박2일 체험 (10.24.토. 오후~25.일. 오전)/ 모집인원 40명(부부동반 우선)

그런데...
참가 신청이 저조한 것도, 근태협조 타령이나 특근 때문에 어렵다 등등의 이유도 똑같이 되풀이 된다.
(홍보를 시작한지 2주째, 이번 주 마감일인데 현재 접수인원 18명~ㅠㅠ)

그러고 싶지는 않지만 이웃 중공업과 자꾸만 비교하게 되는 이유다.
현자인들 자존심의 문제로, 자력갱생 의지로 비교하는 발상 자체가 지나친 비약일 수 있음을 필자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농귀촌에 관심이 있으며, 자력갱생의 의지가 있고, 현자인으로서의 자부심(자존심)이 있는 사우님들이 들고 일어나 주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