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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기간 겪은 황당~반전 스토리

질고지놀이마당 2017. 8. 9. 18:24

지난 여름휴가 때 필자가 직접 겪은 난감하고도 당혹스러웠던 자동차 고장사례

살다보면 예상치 못한 일을 겪을 때가 가끔 있는데 지나서 돌아보면 그 속에서 삶의 지혜랄까 교훈도 발견하게 된다.
따라서 불운으로 시작했으나 극적인 반전을 통해 해피앤딩으로 끝난 필자의 하기휴가 스토리를 사우님들과 공유한다. 
자동차 주요부품 설계, 소재, 품질관리 및 품질보증 업무 담당자들께서 꼭 참조하였으면 하는 바람을 덧붙인다.



내가 타는 차종은 쏘 나타 하이브리드다.

나의 애마는 주인 잘못 만나서 몹시 혹사를 당하는 편이다.

2012년 9월에 출고했으니까 만 5년이 채 안됐지만 평소 장거리 주행을 많이하는 까닭에 주행거리는 16만km를 막 넘겼다.

산과 여행을 좋아하기 때문에 비포장 경사길 등 가리지 않고 마구 끌고 다니고, 세차를 잘 해주지도 않으며, 쪼매 긁히는 것쯤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내 지론은 '차가 사람을 위해 존재하지, 사람이 차를위해 봉사해서야 되냐?' 다.

차를 모시다시피 주말과 휴일엔 쓸고닦고 애지중지 아끼는 사람을 보면 차와의 주종관계가 뒤바뀌었군 하면서 혀를 끌끌 찬다.

만약 자동차가 생각하는 능력을 가졌다면 나는 그야말로 공관병들에게 슈퍼갑질을 하다가 국민적 공분을 산 박아무개 대장 부인 못지않게 비난의 대상이었을게다.

그래서일까, 나랑 생사고락을 함께 해온 애마가 결정적인 순간에 가장 난감한 상황으로 나에게 결정적인 한방을 먹였다.



휴가출발과 동시패션으로 닥친 '불운의 시작'


지난달 28일(금) 퇴근 후에 아내와 딸과 외손주들이 기다리는 경기도 안산 대부도를 향해 곧바로 출발했다.

그런데 그야말로 미끄러지듯 조용하게 출발하던 차에서 이상징후를 감지했다.

예전의 수동클러치 페달을 서투르게 떼면 차량이 울컥울컥하던 것과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었다.

일단 출발만 하면 계속 달릴때는 괜찮은데 차가 밀리거나 신호대기로 섰다가 출발하면 같은 현상이 반복되었다.


휴가 시작되는 사실상의 주말 퇴근시간인데 예후가 좋지않고 영 찜찜했다.~ㅠㅠ

울산교육실 소속 기술교육 전문가에게 전화를 걸어서 증상을 알려주고 자문을 구했더니 밋션오일 계통에 이상이 있는 것 같단다.

가까운 카센터 들러서 점검을 받으라 했지만 갈길이 천리니까 마음은 급하고, 써비스센터도 우리처럼 퇴근 후 휴가모드 돌입 아닌가.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이때까지는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설마 퍼지기야 하겠나? 라는 근거없는 믿음과 배짱으로 달렸으나 결국 모화를 지날즈음 경고음과 함께 차를 세우고 시동을 끄라는 경고메세지가 떴다.


경고를 무시했다간 더 큰 낭패가 뻔한 상황이라서 차를 세울 수 밖에 없었던 그 난감함을 어떻게 표현하랴...ㅠㅠ

왜 하필이면 이런날 차가 퍼지는 것인지... 속상함이 앞서서 한동안은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러다 마음을 추스려서 고속도로 중간쯤에서 퍼지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자고 자기위안을 삼으며 현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까를 차분히 생각했다.

일단 가까운 카센터를 검색한 결과 마침 멀지않은 곳에 불루핸즈 모화지점이 있어서 다소의 무리를 무릅쓰고 시동을 걸어서 끌고갔다.

직원들은 퇴근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고맙게도 사장님(?)이 직접 친절하게 진단을 해줬다.


사내 전문강사님 예상대로 오토밋션 오일계통에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작은 정비센터에서는 안되니까 써비스센터로 가라고 조언한다.

간단한 조치만으로 해결될 수 있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과 달리 심각한 문제가 생겨서 아예 포기하자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울산에 가서 고쳐야 하겠는데 울산까지라도 제발로 갈 수 있으려나 불안한 마음에 조심조심  출발했으나 계속 경고가 뜬다.

결국 차를 공터에 세워놓고 몸만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난감한 상황에서 깨달은 나의 무지함


열여덟살 때부터 자동차 정비를 배우기 시작하여 연말 정년퇴직을 앞두기까지 자동차 회사에서 인생 대부분을 보냈음에도

내가 자동차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참으로 많구나 하는 것을 이번 고장으로 절감했다.

소시적인 20대 초반에 자동차정비 기능사 자격증도 취득했고 나름 실전경험도 풍부하게 쌓았노라고 자부했었는데

노조활동과 지방자치 일꾼으로의 '외도' 등 공백기간이 많았고, 정비기술과 상관없는 업무 분야에서 일한 시간이 훨씬 더 길다보니 당연한 결과라 하겠다.


하긴 현업에 종사하더라도 날로 첨단화되어 대부분 전자제어 시스템으로 작동되는 요즘 자동차는 자기 전문분야 아니면 다 알 수가 없다.

캬브레터 분사방식으로 작동되던 엔진과 수동밋션이 자동차의 전부나 마찬가지였던 시절에는 엔진 섀시 트림 전부를 분해조립 할 수 있다고 자부했었는데

하루가 다르게 진화 발전하는 첨단의 눈으로 돌아보면 그야말로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이야기처럼 아득한 옛날이야기가 돼 버린 것이다.



반전 1, 너는 나의 진정한 친구


안전한 공터에 차를 세우고 짐을 정리하면서 답답한 마음에 울산에서 휴가를 보낼거라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그길로 차를 가지고 달려왔다.

그 친구의 도움으로 사택까지 편하게 돌아왔는데 아뿔싸~!

경황이 없어서인지, 점점 증상이 나타나는 건망증 때문인지 현관문 열쇠를 차에다 두고 그냥온 것이다.

쪽팔리고 미안하고...실없는 웃음을 날리며 망연자실, 그런데 친구가 '까짓거 한번 더 갔다오면 되지 뭐~' 하면서 차를 돌렸다.

그렇게 차를 세워놓은 곳까지 다시 갔다가 돌아오는데 그제서야 피로감과 허기가 몰려왔다.

이왕 늦어진 것 밥이나 먹자고 함께 돼지국밥집에 들러 늦은 저녁식사를 마치고 집에오니 11시가 넘었다.


다음날, 카센타가 문을 열려면 9시쯤 돼야 할 것이란 생각에 느긋한 아침을 보내는데 친구가 먼저 전화를 걸어왔다.

차는 어떻게 할 것인지, 차있는데까지 뭘 타고 갈 것인지 나보다 더 걱정이었다.

대중교통 자주 없으니 불편하다며 자청해서 다시한번 나를 태워다 주는 친구를 보면서 입장이 뒤바뀌어 있을 경우 나는 그렇게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평소에도 경우바르고 의리있는 친구임은 인정하고 있었지만 친구가 곤경에 처했다는 연락을 받자 한걸음에 달려와서 두번 세번 도와주다니...!

내게 그러한 친구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차가 퍼져서 겪는 속상함을 보상받고도 남는 기분이었다.



반전 2, 실력과 친절 겸비한 귀인을 만나다.


차 수리를 어디에 맡길까 곰곰 생각해 보니까 보상조건(5년, 10만km 보증)을 넘겨서 무상수리는 안되는 상황이다.

휴가 끝나고서야 입고가 가능하고 견적이 얼마 나올지, 수리기간은 또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써비스센터에 맡겨봤자 실익이 없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평소 알고 지내는 카센터에 자문을 구하여 남구 달동에 있는 '성진오토미션'이라는 곳으로 차량을 견인했다.


하루이틀 안에 고칠 수 있으면 기다리겠는데 휴가철이고 부품을 구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빨라도 다음 주 수요일까지는 걸린단다.

이제 내차를 이용해서 이번 여름휴가를 보낸다는 것은 포기해야 할 상황이 되고 말았다.

까짓거 차없이도 살았는데 좀 불편하더라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되지 하는 마음으로 간단한 짐만 챙겨서 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했다.

버스편이 하루 세번밖에 없는데 10분 전에 출발해 버렸으니 어제 오늘 계속 꼬이기만 하고 되는 일이 없다.~ㅠㅠ


몇 시간을 기다리든가 무작정 ktx 역으로 가든가 두 갈래 길 중에서 선택해야 했다.

ktx역으로 가자니 이동하는데 한시간 걸리고, 막상 가더라도 차표를 바로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어찌어찌 ktx를 타더라도 다시 전철과 시내버스를 몇 번 갈아타야 하니까 오늘 중으로 대부도에 도착할 수 있을지 막막하다.

두갈래 길 모두 난감해서 서성대고 있을즈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조금 전에 차량을 맡긴 '성진오토미션' 사장이라는 말에 차량에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나 싶어서 순간적으로 긴장.

그런데 뜻밖에도 차도 한잔 대접하지 못해 미안하다며, 마침 세워둔 차량이 있으니까 휴가기간에 쓰라는 제안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야말로 귀를 의심할 정도의 복음이었지만 명절대목에 떡시루 빌리는 꼴이지, 초면인데 호의를 덥석 받기에는 좀 부담스러웠다.

내가 주저하자 카센터에 속한 차량이 석대가 있기 때문에 빌려줄 수 있고, 종합보험도 들어 있으니까 정말 괜찮단다.

그의 선의와 진정성이 느껴져서 그 차를 빌려타도 괜찮겠구나 하는 판단이 섰다.



세상만사 세옹지마 & 회사에 대한 제언


10분 차이로 놓쳐버린 시외버스가 야속했는데 결과적으로 그 차를 놓친 덕분에 카센터 사장이 베푼 호의가 연결된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최악의 하기휴가로 기억될뻔한 올여름 휴가는 좋은 사람들을 연거푸 만나는 행운으로 바뀌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했으면 언제 도착할지 가늠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었는데 차를 빌린 덕분에 오후 4시경 도착했다.

그리고 휴가기간동안 아내와 딸네 집을 편리하게 오가면서 꿈결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예기치 못한 차량고장으로 이틀 늦게 만난 딸에게 고장부위와 적지않은 수리비 부담 등 자초지종을 알려줬더니 딸의 첫마디가 뜻밖이었다.

"아빠, 그거 미국에서였다면 전부 무상수리 받을 수 있는데 한국 소비자들이 차별받고 있는 거네요"

국제결혼을 해서 미국시민권을 가진 딸의 이야기를 듣고보니 과연 그러했다.

국내에서 자동차의 주요부품 보증기간은 기간으로는 5년이고, 주행거리로는 10만km다.

내 차는 아직 만 5년은 안됐지만 주행거리가 10만km를 넘었기 때문에 무상수리 보증조건을 넘겼다.

그런데 같은 차를 미국 소비자가 샀다면 보증기간은 10년이고 주행거리는 10만 마일(약 16만km)이다.


딸의 이야기를 듣고 먼저 떠오른 생각은 내차를 무상수리 받지 못해서 아쉽다는 차원보다 훨씬 더 큰 염려였다.

우리 회사는 미국시장에서 세계 정상급 메이커들과의 판매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파격적인 보증기간 연장을 통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는데 과연 괜찮을 것인가?

내가 유별나게 차를 험하게 몰아서 고장난 것이라면 다행이지만, 차량의 각 부품들 중 내구성이 약한 부위가 이쯤에서 고장나기 시작한 것이라면?

미국 시장에서 보증기간 연장 후에 판매한 자동차들이 햇수로 10년, 주행거리 10만마일이 도래할 즈음 대량 리콜사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었다. 

괜한 기우이길 바라면서 엔진이나 밋션 등 핵심적인 주요부품의 설계 및 품질관리와 보증 업무를 다루는 담당자들께서 이글을 보신다면 꼭 염두에 두기 바란다.



<덧붙이는 글>

휴가를 마치고 오니까 차는 잘 고쳐 놓았다.

간사한 것이 사람 마음이어서 이제는 수리비가 너무 비싸지 않을까 은근 걱정된다.

내 속내를 읽고 있기라도 했다는 듯 카센터 사장은 부품구입비 외에 공임을 최소로 계산한 수리비를 청구했다.


오는 정이 있으면 가는 정도 있어야 하는 법

나는 나대로 차를 반납하면서 기름 만땅 채우고, 농수산 시장에 들러서 과일을 좀 샀다.

그리고 그가 청구한 수리비에다 약간의 정성을 더해서 입금을 해줬다.


세상은 넓어도 인연은 좁았다.

친절에 감사하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동안 몰랐을 뿐, 그와 나를 이어주는 가깝고도 소중한 인연이 여럿 있었다.

한 두사람 건너면 모르는 사람 거의 없다는 말이 실감난다.

이래서 세상은 아직 살만하고 희망이 있구나 싶었다.


귀한 인연, 착한 카센터 연락처는 아래 사진으로 대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