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정치/환경 노동분야

낙동강을 흐르게 하라! 합천보 농성장 풍경화보

질고지놀이마당 2022. 2. 19. 12:33

2022. 2. 17. 목 오후 ~18일 아침 풍경

 

창녕파크골프장 부근 농성장에서 상류쪽으로 적포교 아래 강이 구비치는 곳에 드넓은 백사장이 펼쳐진다.

곱디 고운 모래사장에 강바람이 잔잔한 무늬그림을 그려 놓았다.

 

바람에 뒤질세라 강물도 모래사장에 그림을 그려 놓았다.

수문을 열자 수위가 낮아 지면서 강바닥에 고였던 물이 증발하면서 남긴 흔적이다. 

강바닥이 마르면서 거북등처럼 갈라진다는 것은 순수한 모래가 아니고 퇴적토가 뻘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시커멓게 말라버린 물체가 무엇일까 다가가서 살펴보니 강물을 뒤덮었던 녹조가 마른 것이었다.

낙동강 수질이 녹조로 뒤덮여 있었음을 알려주는 증거다.

넓게 펼쳐진 고운모래 백사장

낙동강이 재자연화 된다면 항상 만날 수 있는 풍경인데 지금은 보를 개방했을 경우만 반짝 볼 수 있다.

 

농성 6일차(2. 17. 목) 밤풍경

농성을 취미생활처럼 즐기는 마음으로 자정이 넘은 시각에 장노출로 찍은 농성장 밤하늘

찬란한 별밤을 기대했으나 정월 대보름이 지난지 이틀밖에 안돼서 밤 하늘이 밝아 별을 많이 볼 수가 없었다.

 

농성장 7일차 아침(2. 18. 금)

텐트장 안의 온도가 영하 11도 였으니 밖은 더 추웠을 것이다.

자동차 유리창에도 성에가 두텁게 얼어붙었다.

겨울에 날씨가 추울수록 맑은시야가 확보된다.

그 이유는 공기중에 수증기가 얼어붙기 때문인데 그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이른아침 강 수면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를 기대했는데 너무 빈약하다.

하지만 날이 밝아지는 것에 비례해서 시시각각 변하는 색상과 반영의 아름다움이 빈약한 물안개의 아쉬움을 채워준다.

 

아~ 어쩌란 말이냐

이른아침 낙동강의 현란한 아름다움을~~!!

부지런한 어부의 아침

낙동강에서 50년이 넘도록 물고기를 잡았다는 어부의 하루가 시작됐다.

호수처럼 잔잔한 강물위로 괘적을 남기며 이동하는 고깃배가 멋진 풍경을 완성시켜 주는 화룡정점이다.

만선의 기쁨을 누리지 못하더라도 밤새 잡힌 어획량은 낙동강이 주는 선물이다.

 

이곳이 고향이라는 대구환경운동연합 곽상수 운영위원장

이 어부는 물고기를 남획하지 않고 월척이 넘는 물고기만 잡는것 같다.

필자가 보기에는 엄청 풍성한 수확인데 이 인근에서 나고 살아온 곽상수 운영위원장에 의하면 4대강 사업을 하기 이전, 물고기가 잘 잡힐 때는 하루에 300kg을 잡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니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이 정도의 어획량마저도 얼마나 더 유지할 수 있을지?

녹조 창궐로 마이크로시스틴 오염이 유역의 농수산물 안전도를 위협하기에 이른 지금 잡는 고기를 먹어도 되는지?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불안한 현실이다.

 

강은 흘러야 강이다.

낙동강을 흐르게 하라!

낙동강이 흐를 수 있도록 보를 개방하라!!

낙동강이 살아야 물고기도 살고, 물고기가 살아야 사람도 살 수 있다.

 

착한 심성을 가진 어부께서 참붕어만 잡는다며 덤으로 잡힌 잉어가 두 마리를 주고 가셨다.

이걸 어쩌지?

방생을 해도 살아날지 불투명해서 널리 공지를 했더니 희망자가 있어서 전달을 했다.

에필로그 1, 4대강의 재자연화 과제

이명박 정부는 단군이래 최대의 4대강 토목공사를 강행하여 강을 망쳐놨다.

문재인 정부는 4대강 재자연화를 公約했으나 空約으로 그쳐 4대강 환경이 개선된 것은 별로 없다.

대선을 목전에 둔 지금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무늬만의 재자연화 정책조차 파기하겠고 공언했다.

투표권을 가진 유권자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낙동강 물고기가 투표권을 행사한다면?

 

에필로그 2, 취양수장 보강공사 조기완공 합의로 농성 해제

지난 11일 시작한 텐트농성을 오늘 오전 해제했다.

환경부, 지역농민단체, 환경단체 간 합의에 따른 마무리다.

취양수장 보강공사가 중요한 이유는 낙동강 수위가 낮더라도 강물을 퍼 올릴 수 있도록 개선하면 농한기에 보를 개방하는 기간이 그만큼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보를 개방하는 기간이 길수록 낙동강은 자연생태 환경 회복을 할 수 있다.

 

<농성단 입장 공유>

합천보 천막농성을 마무리하며
안전한 식수와 안전한 농산물을 위해서라도 낙동강 재자연화는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한다. 환경부는 그 길에 매진하라!

지난 2월 11일부터 시작된 합천보 천막농성을 2월 19일 오늘을 끝으로 우리는 마무리한다. 9일 만에 농성을 접는 것이다. 역대 최악의 가뭄으로 양파와 마늘밭에 농업용수를 시급히 공급해야 한다는 이곳 달성군 농민들의 요구를 전격 수용하면서 우리는 오늘 천막농성을 마무리한다. 

농민들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그들과 합의를 한 것은 올해 영농 행위가 마무리되는 올 가을부터 문제의 도동양수장과 자모1, 2양수장의 보수공사를 시작하는 데 합의를 봤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년 녹조가 번성하는 여름 전에 공사를 마무리하는 것으로 환경부와도 합의를 봤다.

이렇게 문제의 양수장 개선공사가 내년 여름 마무리된다면 내년 가을부터는 합천보 수문개방 기간을 더 연장할 수 있게 된다. 모내기철인 2024년 4월 말까지는 합천보 수문개방 기간을 더 연장할 수 있게 된다. 합천보 모니터링 기간이 더 늘어나고 합천보의 수질개선 기간이 더 늘어나게 된다. 

동시에 농어촌공사 소유의 원교1, 현풍, 대암양수장까지 보수공사가 시작되어 마무리된다면 합천보는 4계절 내내 수문을 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합천보의 재자연화는 완성되는 것이다.

일단 이번 천막농성으로 합천보 재자연화의 길을 앞당기는 데 일조를 하는 성과를 얻었다. 우리의 작은 승리다. 추운 겨울 강바람을 맞으며 냉기가 올라오는 비닐 천막에 의지한 채 한겨울밤을 이겨낸 우리 환경운동연합 회원과 활동가들의 수고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승리다. 

이제 남은 과제는 얼마나 빨리 남은 보의 취양수장 개보수공사를 완공하는가에 달려 있다. 예산 문제가 남아 있다. 총 9천억원이 소요된다는 취양수장 개보수 비용중 올해 고작 308억원만이 확보됐을 뿐이다. 나머지 예산을 올 연말에는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를 위해 싸워나갈 것이다. 

우리가 달성군 농민들과 싸워가면서 농성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낙동강 재자연화가 하루빨리 앞당겨야 한다는 시급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녹조 독으로 오염된 이곳 농산물 때문이다. 비단 이곳뿐이겠는가 낙동강 전역이 녹조 독으로 오염이 됐을 것이고 그 물로 농사지은 농산물 또한 녹조 독으로 오염이 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하루빨리 재자연화가 앞당겨져야 하는 시급한 이유다. 취양수장의 개보수가 마무리되어 낙동강 보의 수문을 상시로 개방하게 된다면 녹조 독의 공포로부터 우리는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이미 보의 수문을 완전 개방한 금강과 영산강에서 우리는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수문을 개방한 금강과 영산강에서는 녹조 발생이 없었고 녹조 독으로 인한 공포도 사라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낙동강 재자연화가 앞당겨지는 길을 위해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다. 정부와 환경부는 이와 같은 우리의 뜻을 잘 파악하고 낙동강 재자연화의 길로 매진해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 

만약 그 길에 소홀함이 보인다면 우리는 또다시 천막농성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환경부가 그 길에 적극 나서줄 것을 거듭 호소한다. 

그렇다. 4대강사업이 마무리된 후 지난 10년간 우리가 확인한 사실을 고인 물은 썩을 수밖에 없단 사실이고 강은 흘러야 한다는 진실이다. 우리는 이 만고의 진리가 하루빨리 실현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란 것을 밝히면서 오늘의 농성을 마무리한다. 

2022년 2월 19일 
낙동강유역 환경운동연합/낙동강네트워크

 

농성장 화보 https://blog.daum.net/jilgoji/7164978